떠나는 영국 대원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영국 참가자들이 지난 6일 전북 부안군 야영장을 떠나기 위해 짐을 옮기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제공)
새만금 잼버리 대회의 부실한 운영을 보니 몇 가지 떠오는 생각이 있다.
하나는 구한말 대표적인 탐관오리였던 전라북도 부안군수 조병갑이 가난한 백성을 수탈하여 동학란이 일어났던 것이다. 부안은 예부터 김제평야, 만경평야를 끼고 있던 대표적인 곡창지대로 탐관오리의 수탈이 많았던 지역이었다. 이곳은 탐관오리들의 수탈을 일삼고 착복을 하기에 그야말로 최적지였다. 조병갑은 부임하자마자 양민에게 죄를 뒤집어 씌어 재산을 빼앗고, 만석보라는 저수지를 만들어 농사를 지어야 하는 백성에게 물세를 받았으며, 아비의 공덕비를 만든다고 세금을 걷고 양민을 동원하였다. 이에 분노한 백성들이 당시 글깨나 읽었던 전봉준의 아버지로 하여금 상소문을 써 올리게 하였으나 조병갑은 반성은커녕 곤장으로 다스려 전봉준의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다. 이에 분노한 백성들이 죽창과 쇠스랑을 들고 봉기를 하여 조병갑을 죽이고 한양까지 쳐들어가 왜놈과 오랑캐를 물리치고 민족정기를 내세우고자 했던 것이 동학란이다.
김종규 부안군수가 입원중인 전북대병원 응급센터에는 9일 경찰 45명이 병실 안과 입구, 복도 등에서 3교대로 경비를 서며 출입자를 일일이 통제했다. 병원 주변에도 경찰경호팀 26명이 2교대로 대기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컴퓨터단층촬영(CT) 등 검사 결과 김 군수는 코뼈, 오른쪽 갈비뼈, 두개골 등이 골절되고 폐에 피가 고여 있으며 전신 타박상, 왼쪽 눈 결막 출혈 등의 증세를 보였다. 김 군수는 통증 때문에 끙끙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글.사진=2003년 9월10일 한국일보 캡처)
다른 하나는 2003년 9월에 있었던 부안 사태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전북은 별다른 산업시설이 없어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곳이었다. 전북의 발전을 위해 부안 군수는 위도에 방폐장을 건설하여 전북의 발전을 도모하였으나 문제는 지역 주민의 동의를 받지 않았던 것이었다. 동학란이 일어난 지 100여년 만에 또다시 주민들은 죽창과 쇠스랑을 들고 대규모 민란을 일으켰다. 당시 부안군수 김종규는 집단 폭행을 당했고 이 과정에서 주민 수백 명이 체포 되었고, 수백 명의 주민과 경찰이 중경상을 입었다. 부안 주민이 당시 6만 명이었는데 전국에서 동원된 경찰병력은 1만 명이나 되어 준전시상태나 다름없었다.
수경 스님과 문규현 신부가 2003년 4월14일 오후 충남 보령시 웅천읍 근처에서 이라크전쟁과 새만금간척사업을 반대하는 3보1배를 하며 서울로 향하고 있다. (글.사진=동아일보 캡처)
또 다른 하나 기억이 나는 것은 새만금 방조제 건설을 반대하기 위해 문규현 신부와 수경스님이 3보1배를 하며 행진하였던 것이다. 환경단체와 시민 수천 명이 동참하여 규모는 커졌으며 이로 인해 공사가 중단되어 8000억 원의 예산이 낭비되었다. 그들의 주장은 수질악화, 어족자원보호, 갯벌 보호 등이었다. 새만금이 완공되자 환경단체의 주장은 전부 거짓으로 드러났다. 수질악화도 없었으며 어족자원은 고갈되지 않았고 새로운 생태계가 조성되었다. 그들은 그야말로 전문 시위꾼에 불과했으나, 일반 시민의 감정에 호소하므로 많은 시민이 이에 넘어가 반대에 동참하였다.
티벳 차마고도의 라싸로 향하는 길에는 3보1배를 하며 고행을 하는 수행자들이 있다. 이들은 죄를 씻고 번뇌에 벗어나 해탈을 하려는 숭고한 의지가 있다. 그러나 가톨릭 사제인 문규현이 불교인이 행하는 3보1배를 행하는 모습이 내게는 3보1배가 갖고 있는 숭고한 의미를 격하시키는 행위로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 이후로 3보1배는 시위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정치 퍼포먼스로 전락하고 말았다.
자료=공무원 국외출장연수정보센터
새만금 잼버리 대회의 열악한 시설과, 지역 의원과 공무원의 99회나 되는 외유성 해외시찰과, 세금 낭비 뉴스를 보니 이런 모든 일들이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역에 내려오는 많은 스토리와 산천초목이 그 지역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정서를 만들어 낸다.
오순영 칼럼리스트 / 가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