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 열차사고 직전 작업자 이동 모습 담긴 CCTV
지난 19일 오전 10시 45분께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청도소싸움 경기장 인근 경부선 철로에서 작업자들이 이동하는 모습.
해당 장면이 촬영된 직후 무궁화호 열차가 선로 인근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7명을 치어 2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치는 사고가 났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9일 경북 청도에서 발생한 열차 사고로 2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친 가운데, 사고 현장에 투입된 하청업체 근로자 6명 중 2명이 당초 작성된 작업계획서 내 과업 참여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서류상 계획과 실제 현장 투입 인원에 차이가 있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사고의 원인이 '인재(人災)'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1일 수사 당국 등에 따르면, 사고를 당한 6명의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 중 2명은 원래 작업계획서에 명시된 인물이 아니며, 이들 중 1명은 사망자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로 인해 작업계획서와 다르게 현장에 투입된 인원 일부가 안전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은 상태에서 일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해당 하청업체는 원청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요청으로 당초 계약 범위에 없던 철도 주변 사면 점검 과업을 서둘러 수행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근무하던 직원을 불러오는 등 급하게 작업팀을 꾸린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현장에서는 하청업체가 위험 요소를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안전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사고 발생 지점은 열차 커브길 부근에서 약 123미터(m) 떨어진 곡선 구간으로, 해당 업체는 작업 전 이곳의 열차 투시가 양호하지 않으며 기관사가 사고에 대응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또한 심한 비탈면으로 인한 미끌림 등 이동 중 위험 요소도 인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작업자들의 시야 확보나 이동 중 위험에 대비한 대피 장소 마련, 통행로 확보 등의 노력은 미흡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고 현장 주변은 지난달 초 이후 제초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수풀이 울창했으며, 이로 인해 작업자들은 선로 바깥이 아닌 선로 위로 이동해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청도 열차 사고 사흘째…사고지점 지나는 무궁화호 열차
21일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청도소싸움 경기장 인근 경부선 철로로 무궁화호 열차가 지나가고 있다. 해당 장소에서는 지난 19일 작업자 7명이 무궁화호에 치이는 사고가 났다.사진=연합뉴스
경찰은 하청업체로부터 작업계획서 등을 확보하여 서류상 작업자와 실제 근무자가 달랐던 이유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업체 대표 등 관계자들은 변호사 선임 등을 이유로 아직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열차 감시 업무를 맡은 직원이 열차 접근 경보 애플리케이션(앱)과 확성기 외에 규칙에 따라 열차 운전 시간표를 휴대했는지 여부도 확인해야 할 사안으로 떠올랐다.
사고 당시 근로자들은 작업 승인을 받은 뒤 선로 주변으로 진입해 이동하다가 불과 7분 만에 뒤에서 접근하는 무궁화호 열차에 치이는 변을 당했다.
경북 청도군 화양읍 삼신리 청도소싸움 경기장 인근 경부선 철로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에는 동대구역을 출발해 경남 진주로 향하던 무궁화호 열차(제1903호)가 연루되었다.
사고를 당한 근로자 7명 중 1명은 코레일 소속이었으며, 나머지 6명(사망 2명, 부상 4명)은 구조물 안전 점검 전문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특히 사망자 1명과 부상한 하청업체 직원 1명은 사고 당일 대체 투입되었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경찰과 노동 당국은 업체가 계획했던 인력을 투입하지 않은 이유와 코레일의 묵인 및 관리 소홀 여부, 사전 안전 대책 마련 미흡 등 포괄적인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