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운하 진입해 카리브해 향하는 미 해군 미사일 순양함 '레이크 이리'의 모습.사진=연합뉴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상대로 마약 유입 문제를 놓고 외교적 긴장을 높이는 가운데, 미 해군 미사일 순양함이 파나마 운하로 진입해 카리브해로 향하는 모습이 지난 29일(현지시간) 포착됐다.

이는 미국이 중남미 인근 해역에 이례적으로 많은 해군 자산을 투입하는 움직임으로, 양국 간 긴장 수위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아에프페(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저녁 미 해군 미사일 순양함 '유에스에스(USS) 레이크 이리'가 파나마 운하 수문 중 한 곳을 통과해 카리브해를 향해 동쪽으로 항해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레이크 이리'는 이틀 전부터 파나마 운하 인근 로드만 항구에 정박해 있었다.

지난 27일 워싱턴포스트(WP)는 익명을 요구한 미국 국방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하여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 위협에 대응하고자 카리브해에 배치가 확정된 이지스함 3척을 포함해 총 8척의 미 군함을 이 지역에 파견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지스함 3척 외에 카리브해 투입이 예정된 군함으로는 유에스에스 레이크 이리와 상륙함 '유에스에스 이오지마', 연안 전투함 '유에스에스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 등이 거론됐다.

WP는 이들 함정이 마약 카르텔에 대응하기 위해 이 지역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군사적 행동을 취할지는 불분명하다며, 마약 카르텔 세력이나 기반 시설을 겨냥한 미사일 공격부터 마약 범죄 조직을 겨냥하기 위해 멕시코 당국과 협력하는 방안까지 다양하게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 국무부는 국가 안보 위협을 이유로 베네수엘라 기반 '트렌데아라과'를 비롯한 마약 카르텔을 '외국 테러 단체'로 지정했으며, 지난 7일에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와 관련한 정보 제공 보상액을 5천만달러(약 692억원)로 두 배 올려 베네수엘라 정부를 위협했다.

이후 미국이 이지스 구축함 3척을 카리브해에 배치하기로 알려지자 마두로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민병대를 동원하고 자국 함정을 전진 배치하는 등 강경하게 대응했다.

미국 또한 베네수엘라의 단호한 태도에 물러설 뜻이 없으며 군사적 충돌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캐롤라인 래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28일 미 해군 자산의 카리브해 배치가 군사 작전으로 진행될 가능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마약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의 모든 힘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위협적인 발언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