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심사 위해 법원 출석하는 이상민 전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지난 7월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공모하고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내린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측이 19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제기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이상민 전 장관을 기소한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사건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법원에 신속한 재판 진행을 요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강완수 부장판사)는 19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직권남용, 위증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에 앞서 범죄 혐의에 대한 피고인 측 입장을 확인하고 증거조사 계획을 잡는 절차로,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어 이날 이상민 전 장관은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이윤제 특검보(특별검사보)는 "이상민 전 장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위법한 12·3 비상계엄 선포 내란에 가담해 중요임무에 종사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 직권을 남용했으며, 이를 숨기기 위해 헌법재판소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위증까지 한 사안"이라고 공소 요지를 설명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계엄에 반대했고 그 뜻을 대통령에게 분명하게 전달했다"고 주장하며 공소 사실 전반을 부인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계엄을 공모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계엄을 공모하거나 모의한 사람이 지방에 내려가 김장 행사를 할 리 없고, 기차표를 세 번씩이나 예매하면서 허둥지둥 올라왔을 리 없다"며 "그런 점을 보더라도 (비상계엄을) 공모하거나 순차 공모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소방청장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런 지시를 한 적 없고, 소방청장이 들었다고 하는 이야기도 '뉘앙스'라는 표현을 썼다"고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수사기관 진술의 전문증거(타인의 말을 전해 들은 것) 배제 법칙 등을 고려해 재판부가 신빙성을 판단해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헌법재판소 위증 혐의에 대해서도 "부분 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 것은 있지만, 기억에 따라 진술한 것이고 기억에 반하는 진술이나 증언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변호인단은 특별검사팀의 공소장에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직접 관여하지 않은 부분이 기재돼 있어 공소장 일본주의(재판부가 피고인의 유무죄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도록 공소장에 범죄 사실과 직접 관련 있는 내용만 기재해야 한다는 원칙)를 위반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재판부는 "변호인 측이 불분명한 표현 등 일부 문구를 지적했는데, 이로 인해 불필요한 공방이나 증인 신문이 예상되면 (문구를) 다듬거나 수정해달라"고 특별검사팀에 요청했다.
특별검사팀 측은 특별검사팀이 기소한 사건의 재판 기한을 명시해둔 특별검사팀법 11조를 언급하며 재판부에 신속한 진행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윤제 특검보(특별검사보)는 "이 사건은 무너진 헌법 질서 회복에 관한 사항이고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며 "신속한 재판으로 사회를 안정시키고 국론 분열을 조속히 종식하는 것이 형사사법 절차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날 준비기일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17일 첫 공판기일을 열기로 했다.
재판부는 "변호인 측은 공판준비기일을 추가로 진행하자는 입장이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겠다"며 "공판기일은 기간을 둬서 잡을 테니 그에 앞서 쟁점이 부각될 수 있도록 망라적·구체적 입장을 준비해달라"고 양측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첫 공판을 마친 뒤부터 매주 1회씩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앞서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19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이상민 전 장관에게는 평시 계엄 주무 장관으로서 대통령의 자의적인 계엄 선포를 막아야 할 책무 불이행, 윤석열 전 대통령의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경찰청과 소방청에 전달한 혐의,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에서 단전·단수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 등이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