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유엔총회서 연설하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사진=연합뉴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 연설 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2022년 전쟁 발발 이전 국경 복원 주장에 대해 "정치적인 무지이며 현 상황에 대한 완전한 오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날 발언을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과의 관계, 중동 문제 등 국제 현안에 대한 러시아의 강경한 입장을 명확히 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과 타스 통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유엔총회 기자회견에서 "아무도 더는 (2022년 이전) 국경 복원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우크라이나의 국경 관련 논의가 우크라이나 지도자의 거짓말과 합의 훼손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앞서 유엔총회 연설에서도 "러시아는 분쟁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협상에 열려 있다"면서도 "러시아의 안보와 핵심 이익이 확실하게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하여 평화 협상의 전제 조건을 분명히 했다.
우크라이나는 평화 협상의 전제조건으로 이전 국경으로 돌아가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모두 돌려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최근 유럽 각지에서 무인기(드론) 출몰이 잇따르는 상황을 두고 우크라이나를 겨냥해 "그들은 우리가 만든 드론을 가져가서, 의심할 여지 없이 우리가 발사한 듯 장비를 갖추고 있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영국이 우크라이나의 이런 악의적 행위를 돕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전쟁 관련 여론을 자국에 유리하게 끌고 가고자 러시아산 드론으로 공작을 펴고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러시아 영토와 영공에서 비행하는 그 어떤 물체라도 격추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이는 심각하게 후회할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군 교관이 아프리카 말리 무장단체들에 드론을 공급하고 사용법을 가르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이는 확인된 정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조적으로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을 추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이 문제에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 개선을 위한 3차 회담이 이르면 올 가을 열릴 것이라는 가능성도 언급했다.
한편, 라브로프 장관은 이란에 대한 유엔 제재를 복원하려는 서방 국가들을 향해서도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건설적인 해결책 모색을 방해하고 협박과 압력으로 일방적인 양보만 얻어내려고 한다"고 비난하며, 지난 2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외교적 협상을 위한 시간을 마련하자고 제안했지만 서방이 이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에 대한 유엔 제재를 복원하려는 서방의 모든 조작과 제재 자체를 불법으로 간주한다고 선언했다.
또한 그는 최근 유엔총회를 계기로 캐나다, 영국, 프랑스 등이 팔레스타인을 주권국가로 승인한다고 선언한 것을 두고 "몇 달 전부터 선언 의향을 밝혀놓고 왜 그렇게 오래 기다렸나, 승인할 대상이 없어지기를 바란 것 같다"고 비꼬아 서방 국가들의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에서의 이중적 태도를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립에 대한 유엔 결정을 무산시키려는 일종의 쿠데타 시도에 직면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