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영방송 비비시(BBC, British Broadcasting Corporation)는 정치적 편향 논란으로 사장과 보도 부문 총책임자가 동시에 사임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BBC는 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연설 조작 의혹을 계기로 수뇌부가 물러났다.
논란은 지난해 다큐멘터리에서 트럼프 대통령 연설을 짜깁기한 의혹에서 비롯됐으나 수년간 누적된 편향성 문제에 대응 실패가 결정타가 됐다.
오프콤(Ofcom, Office of Communications)은 지난달 BBC가 가자지구 다큐 내레이션을 하마스 관리 아들에게 맡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규정을 중대 위반했다고 판정했다.
7월 글래스턴베리 록 페스티벌 중계에서 가수들이 “이스라엘군(IDF, Israel Defense Forces)에 죽음을” 구호를 외쳤음에도 중계 중단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성소수자 관련 보도에서도 BBC 내 성소수자 기자들이 타고난 성별 비판 보도를 거부하며 사내 검열이 벌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BBC 문화·미디어 에디터 케이티 라잘은 “트럼프 연설 조작 의혹으로 사과문을 준비했으나 이사회가 1주일간 발표를 막아 보도 총책임자 데버라 터네스가 좌절했다”며 “대응 실패로 저널리즘 전체가 기회를 잃었다”고 전했다.
터네스 총책임자는 10일 “책임지고 사임하나 BBC 뉴스에 제도적 편향성은 없다”며 “기자들은 공정성을 위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보수당 케미 베이드녹 대표는 “두 사임으로 제도적 편향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며 깊은 결함을 지적했다.
영국개혁당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며 대대적 개혁을 요구했다.
가디언은 “2027년 왕실 헌장 재검토를 앞두고 논란이 고조됐다”며 “BBC는 정치인과 대중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타임스는 “문화전쟁에 동참해 위험을 자초했다”며 “편집 결함을 철저 검토해야 비판을 이겨낼 수 있다”고 썼다.
BBC는 공정성 논란을 자초한 만큼 자체 노력으로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