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와 통화하는 트럼프 대통령
2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소재 마러라고 클럽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북미항공우주사령부(NORAD)가 운영하는 'NORAD 산타 추적 핫라인'에 연결돼 어린이와 통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현지시간) 어린이들과의 통화에서 "나쁜 산타가 미국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하며 논란을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팜비치 소재 마러라고 클럽에서 북미항공우주사령부(NORAD, North American Aerospace Defense Command) 산타 추적 핫라인을 통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순수한 동심과의 소통 자리에서 이민 정책과 연관될 수 있는 정치적 메시지를 던진 그의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미국 대통령이나 그 배우자가 전국의 어린이들과 전화로 소통하고 전 세계 미군 가족에게 인사를 전하는 것은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전통이다.

특히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NORAD가 70년째 운영하는 '산타 추적 핫라인'을 통해 산타클로스의 위치를 문의하는 어린이들과 소통이 이루어진다.

AP통신과 CNN 방송 등 미국 주요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는 이날 마러라고 클럽에서 이 핫라인을 거쳐 10여 차례 어린이들과 통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클라호마주에 사는 10세 어린이와 통화하며 "산타는 매우 착한 사람"이라면서 "우리 나라에 나쁜 산타는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이민 정책 및 국경 안보와 연결될 수 있는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또한 그는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사는 8세 어린이가 산타를 위해 쿠키를 남겨두지 않으면 화를 내느냐는 질문에 "그렇지는 않겠지만, 산타가 매우 실망할 것 같다"고 재치 있게 답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캔자스주에 사는 8세 소녀에게 산타 선물로 무엇을 받고 싶으냐고 물었다가 "음, 석탄은 싫어요"라는 답을 듣자 "'깨끗하고 아름다운 석탄' 말이니?"라고 되물으며 웃음을 보였다.

이는 그가 미국 내 탄광 산업 살리기를 공약하며 자주 사용했던 '아름다운 석탄', '깨끗한 석탄'이라는 표현을 상기시키는 발언으로, 자신의 정책 기조를 어린이들과의 통화에서도 강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어린이들과 통화하는 트럼프 대통령 부부
2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소재 마러라고 클럽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그의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오른쪽)가 북미항공우주사령부(NORAD)가 운영하는 'NORAD 산타 추적 핫라인'에 연결돼 어린이들과 통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펜실베이니아에 사는 5세 어린이에게는 "우리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압승했다. 그래서 나는 펜실베이니아를 아주 좋아한다"고 말하며 과거 대선에서의 승리를 언급하는 등 거침없는 정치적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어린이들과 통화 도중 "하루 종일 하면 좋겠다"며 통화가 끝나면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현안을 다뤄야 하는 데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날 어린이들과의 통화를 마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인 트루스소셜(Truth Social)에 글을 올려 "모두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며, "우리 나라를 파괴하기 위해 온갖 짓을 하고 있지만 처참하게 실패하고 있는 급진 좌파 쓰레기들"에게도 성탄 인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발표한 메시지를 통해 정치적 반대자들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전해온 바 있다.

대통령 당선자 시절이던 지난해에도 "급진 좌파 정신병자들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글을 올렸으며, 1차 임기 첫해인 2017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연방수사국(FBI, 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국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던 앤드루 맥케이브 부국장을 비난하는 게시물을 엑스(X, 구 트위터)에 올린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