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필리조선소 골리앗 크레인.사진=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 해군의 ‘황금함대’(Golden Fleet) 구축 구상을 발표하며 한화의 미국 필라델피아(필리) 조선소를 협력 파트너로 언급했다.

이에 한화는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미 해군에 필요한 핵추진 잠수함 등을 건조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미국 정부가 미국 내 조선업 강화 정책 방향을 분명히 제시한 가운데, 한화필리조선소가 중요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간담회 참석한 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조선사업부문 사장.사진=연합뉴스


톰 앤더슨 한화디펜스USA 조선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한국 취재진 간담회에서 "한화필리조선소는 한국이라는 미국의 가장 강력한 동맹국과 함께 핵추진 잠수함 공동 생산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 해군 함정 프로그램 총괄 책임자를 역임한 예비역 소장 출신인 앤더슨 사장은 현재 한화디펜스 미국 법인에서 미국 내 조선사업 및 조선소 운영, 미래 전략 개발 등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한화필리조선소가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한 준비 작업에 착수했으며, "인력 확충, 생산효율 개선, 시설 투자, 한국 조선소의 모범 사례 및 기술 이전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버지니아급 잠수함 설계, 건조, 운용 경험, 특히 잠수함 프로그램의 모듈 또는 구성 블록 제작 관련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미국 팀을 확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핵추진 잠수함 생산 가능 시기에 대해서는 "(한미) 양국 정부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협력해 나갈지에 크게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앤더슨 사장은 또 "한화필리조선소는 특정 모델에 국한되지 않고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화 관계자는 "한화필리조선소에서는 미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하고,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는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을 건조한다라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한미 양국은 지난 10월 경주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계기에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이에 대한 미국의 승인 및 지원에 뜻을 같이한 바 있다.

질의에 답하는 알렉스 웡 한화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
알렉스 웡 한화그룹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에서 열린 한국 취재진 간담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편, 이날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알렉스 웡 한화그룹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CSO, Chief Strategy Officer)는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 동맹국인 한국과 협력해 미국 내 조선 역량을 확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초기에 백악관 국가안보 수석부보좌관을 지냈고,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는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 부대표로 북미 대화 실무에 관여했던 웡 CSO는 지난 9월 한화에 합류했다.

그는 마이크 왈츠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시그널’ 채팅방 기밀 유출 논란 여파로 지난 5월 사임한 후 수석부보좌관직에서 물러났다.

웡 CSO는 "미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 조선업을 다시 강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이미 분명히 제시했다"며 "그 과정에서 필라델피아를 중요한 거점으로 보고 있고, 한화필리조선소를 중심으로 핵추진 잠수함을 포함한 여러 선박을 건조하는 방향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조선 분야에서 동맹국과의 협력에 대해 매우 분명하고 강한 정책적 방향성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화가 한화오션 옥포조선소에서 디젤 전기추진 잠수함을 건조해 온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두 나라 정부가 필리조선소에서 어떤 유형의 잠수함을 건조하기를 원하는지를 결정한다면, 한화는 그 결정에 맞춰 대응할 준비가 충분히 돼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이는 정부 차원의 판단 사항이지만, 분명한 것은 미 정부는 핵추진 잠수함 산업 기반을 확대하고 강화하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특히 버지니아급 잠수함 설계를 중심으로 한 산업 기반을 강화하는 데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황금함대' 구축 구상 개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미국 해군의 '황금함대'(Golden Fleet) 구축 구상을 발표하면서 신예 프리깃함(호위함)들이 한화와의 협력 아래 건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황금함대’ 구상을 발표하면서 미 해군의 신예 프리깃함(호위함)이 한화와의 협력 아래 건조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 8월 양국 조선 산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의 일환으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 50억 달러(약 한화 7조원)를 추가 투자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12월 1억 달러(약 한화 1천450억 원)를 투자하여 필라델피아 네이비야드 내부 부지에 자리한 필리조선소를 인수했다.

한화 필리조선소 선체 하부 작업 모습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 한화필리조선소 독(건조시설)에서 근로자들이 선체 하부에서 용접 후 마무리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웡 CSO는 한국이 관세 등 무역 합의의 일환으로 미국에 약속한 1천500억 달러(약 한화 217조원) 규모 조선업 투자 패키지의 자금 집행 계획에 대해 "합의를 공식화한 공동 성명이 발표된 지 불과 몇 주밖에 지나지 않았고 현재도 자금의 세부 구조와 운용 방식에 대해 지속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분명한 점은 양국 모두 이 자금을 합의 취지에 부합하는 적절한 방식으로, 가능한 한 신속하게 집행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황금함대 구상 발표 이전에 이뤄지다 보니 신예 호위함 건조 계획과 관련한 한화 측의 구체적인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한화필리조선소가 미군 함정 건조 라이선스를 아직 취득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데이비드 김 필리조선소 최고경영자(CEO, Chief Executive Officer)는 "현재 한화필리조선소는 ‘듀얼 유즈’(dual use, 민군 이중용도) 조선소"라며 "우리는 필요한 미국 정부 관계 기관들과 협력하면서 한화 계열사 및 관련 법인들과 함께 각종 승인, 인증 등을 적시에 받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