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의회 의사당.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정책 실행 과정에서 의회를 우회하며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이에 한계를 느낀 공화당 의원들의 내년 중간선거 불출마가 잇따라 발생하는 것으로 지난 25일(현지시간) 알려졌다.

의회 권력 약화와 심화된 정치 양극화에 대한 우려 속에, 내년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힌 공화당 소속 연방 상·하원의원은 무려 30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 의회 우회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강도 높은 정책 실행... 의원들 좌절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하원에서 공화당 의원 25명, 민주당 의원 19명이 내년 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상원에서는 공화당 의원 5명, 민주당 4명이 출마의 뜻을 접었다.

이 같은 현상은 의회 권력이 약화하고 정치 양극화가 심화한 결과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재입성 이후 관세 부과, 연방 공무원 감축, 카리브해에서의 군사 공격 등 굵직한 정책을 빠른 속도로 밀어붙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입법 절차를 우회하거나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 한 해 서명한 행정명령은 225건으로, 이미 첫 임기 4년간 서명한 행정명령보다 5건이 더 많다. 이는 올해 의회가 처리한 법률 61건과 현격한 대조를 이룬다.

의회가 난항을 겪는 사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는 역대 최장인 43일을 기록했으며, 셧다운 종료 후에도 의원들은 한동안 정치 공방을 주고받다 결국 의료 보조금이나 정부 재정 지원에 대한 합의 없이 회기를 마쳤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중인 지난 10월 15일(현지시간) 의회에서 기자회견하는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공화당 의원들.사진=연합뉴스


◆ '의회보다 주 정부'에 매력 느끼는 공화당 의원들... 주지사 도전 역대 최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권한이 더 큰 주지사직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CNN 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10명이 내년 11월 예정된 주지사 선거에 출마할 준비를 하고 있거나 이미 출마를 선언했다.

CNN이 197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 자료를 집계한 결과, 단 한 선거철에 어느 한 정당에서 이처럼 많은 하원의원이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적은 없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하원의원 단 한 명만이 주지사 당선을 위해 뛰고 있다.

CNN은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 지위(220석 대 213석, 2석 공석)를 간신히 유지하며 법안 처리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하원보다 주 정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이행을 비롯해 더 많은 업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전했다.

위스콘신 주지사에 출마한 톰 티파니 하원의원은 "의원보다는 (주의) 최고경영자(CEO, Chief Executive Officer)로서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앨라배마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 토미 튜버빌 상원의원 역시 CNN과의 인터뷰에서 "여기(의회)에서는 많은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면서 "한쪽이나 다른 쪽으로 투표할 수 있고 법안 한두 개를 통과시킬 수 있겠지만, 주 정부에서는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지사는 주 정부 운영에서 독립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더욱 매력적으로 여겨지며, 특히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두드러진다.

◆ 거대 여당 공화당의 깊어지는 내부 갈등... 중간선거 결과에 영향 미칠 듯

공화당은 지난 2024년 11월 치러진 대선과 상·하원 선거에서 모두 승리하며 2025년을 힘차게 시작했고, 지난 7월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점 입법 과제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당파성과 정치 양극화, 정쟁 심화로 의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의회를 떠나려 한다고 CNN은 분석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에 도전하는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은 최근 뉴욕타임스(NYT) 기고에서 하원의 공화당 지도부가 일반 의원들과 여성 의원들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변화가 있지 않는 한 공화당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내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나타나는 거대 여당의 내부 갈등과 의원들의 대거 이탈 현상은 다가오는 중간선거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