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유럽 전기차 시장(PG).사진=연합뉴스
전 세계 자동차 공장들이 하나둘씩 문을 닫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은 전동화 전환의 격변기를 돌파하기 위해 감산 대신 과감한 '투자 카드'를 꺼내 들며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6일 보도된 바에 따르면, 독일, 미국, 일본을 대표하던 완성차 기업들이 자국 공장마저 멈춰 세우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산업의 다음 국면을 선점하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 자동차 공장들이 문을 닫는 등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수요 둔화, 중국 업체의 급부상, 정책 변화가 한꺼번에 몰아치면서 수십 년간 공고했던 기존 질서가 뿌리째 흔들리는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독일 공장 문을 닫았고, 지엠(GM, General Motors)은 미국 공장 가동을 줄이며 감원을 택했으며, 닛산 역시 일본 내 생산 거점을 정리 중이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전동화 전환 속도가 시장 변화를 앞지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때 핵심 수익원이던 중국 시장은 빠르게 잠식되었고, 전기차는 기대만큼 팔리지 않았다.
결국 거대한 공장은 기업에 막대한 비용 부담으로 작용했으며, 구조조정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 세계 전기차 판매 (PG).사진=연합뉴스
반면 현대차그룹은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흔들리고 인센티브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영업이익이 줄고 일부 생산 라인은 조정되었지만, 결코 적자로 돌아서지는 않았다.
특히 경쟁사들이 공장을 줄일 때 현대차그룹은 오히려 새로 짓는 쪽을 택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현대차는 울산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신설하고 수소 연료전지 생산 시설도 준비 중이다.
향후 5년간 국내에만 125조 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예고하며 정공법을 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전기차 생산 라인에서 로봇팔이 자동차 조립을 하고 있다.(AI가 만든 이미지).사진=더프리덤타임즈
이러한 차이는 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비롯된다.
경쟁사들이 당장의 손익 방어에 집중할 때, 현대차그룹은 전동화와 미래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인지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를 통해 수익성을 유지하며 시간을 벌고, 그 사이에 생산 기반과 기술 투자를 지속하는 전략이다.
시장이 주춤할 때 움직여야 다음 국면에서 유리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물론 이러한 선택이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수요 회복 속도와 글로벌 관세, 중국 업체와의 가격 경쟁은 여전히 중요한 변수이며, 지금의 투자가 장차 재정적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공장을 닫는 경쟁 기업들과 달리 현대차그룹은 아직 산업이라는 큰 판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움츠러든 경쟁자들 사이에서 과감하게 설비를 늘리는 현대차그룹의 이 승부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다음 장면에 대한 답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