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3천 년, 지름 백 미터, 폭은 승용차 두 대길이, 어린아이 키 높이 도랑을 판다. 기원전 2천 년, 그 원형광장에 청석(淸石)으로 갖가지 형상의 제단을 쌓은 블루스톤 서클을 세운다. BC 1500년, 두 번째 원에 사슨석(사암)을 세운 셰일서클을 만들어 천체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죽은 자를 추모하는 제단을 만들었다. 영국 솔즈베리 평원에 수십 개의 돌덩이로 천년 고독 속에 세워진‘스톤헨지’다. 북쪽 웨일스 프리셀리 산에서 끌어온 돌의 높이는 8m이며 무게는 50t이 넘는다. 이 위대한 유적은 100년 전까지 개인소유였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경매에 부쳐졌고‘세실 처브’가 낙찰받아 영국 정부에 기증했다.

강원도 춘천 레고랜드 (사진=연합뉴스 제공)


“레고랜드를 백지화시키지 못하면 수년 후, 천만 기독교인들은 땅을 치며 후회할 것입니다.”[춘천중도선사유적지보존본부] 김종문 대표의 섬뜩한 일침이다.

춘천 의암호에 있는 중도에, 레고랜드 호텔 리조트 개발사인 영국 멀린 엔터테인먼트는 850억 원을 투자하고 100년간 무상 임대하기로 강원도와 약속한다. 그러나 멀린사는 50억 원만 투자한다. 그러자 강원도는 ㈜강원중도개발공사로 하여금 레고랜드 코리아지분(30.8%)을 되사는 조건으로 지불보증하고 800억 원을 멀린에게 투자한다.

멀린은 그 돈으로 중국인 럭셔리 관광객을 위한 대규모 호텔 등 사업을 계획한다. 그런데 공사 중 선사시대 유적물이 발견되고 만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모든 공사는 중단되어야 함에도 2013년 강원중도개발공사는 ‘중도유적지’를 담보로 2천140억 원을 대출받고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선다. 지금까지 90억 원을 상환했으나 이자만 500억 원에 이르고 아직 2천50억 원의 빚보증이 남아 있다.

수많은 관광객과 1만 명에 달하는 고용 창출은 물론 수천억 원의 경제효과에 힘입은 민주당 도의원들은 이 같은 레고랜드 MDA(총괄 개발 협약)를 전원 찬성했다. 무지몽매하던 조선시대 강화도조약 같은 치욕적인 매국 계약을 한 것이다.

춘천 중도서 발굴된 고인돌
(재)한강문화재연구원 등 매장문화재 발굴 전문기관 5곳은 춘천시 중도 레고랜드 조성을 앞두고 지난 2013년 10월부터 시행한 매장문화재 발굴조사에서 1차 발굴지 12만2천25㎡를 조사한 결과 고인돌(지석묘) 101기 등 총 1천400여기의 청동기 시대 유구(遺構)를 확인했다고 2014년 7월28일 밝혔다. 사진은 이번에 발굴된 고인돌 유적지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중도에는 고인돌 146기와 1천266기의 집터, 1천400여 기의 선사시대 유물이 발굴되었다. 철기시대는 물론 청동기, 신석기시대 유물이 대량으로 출토된 것으로 이는 인류사에 유례(類例)가 없는 규모이다. 의암호에 수장되어 봉우리만 남은 하중도에서만 발견된 집터는 5인 가구 기준으로 6천 명이 넘는 마을이며, 상중도를 포함하면 1만 명 이상의 선사 인류가 살아온 고대도시인 것이다.

‘중도유적지’가 세상에 드러나면 가장 피해를 보는 곳은 중국이다.

세계 4대 문명인 황하문명에 대한 자부심으로 촉발된 동북공정은, 배달 민족의 옛 땅인 지금의 요하에서 발굴된 선사시대 유적들을 자신들의 역사로 만들기 위해‘요하문명’을 조작해 세계에 홍보하고 있다. 중도에서 발굴된 5천 년 전 청동기시대 유물과 유적지는 요하문명에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되는‘홍산문화’의 동일유형의 유적이며, 밀집도에서 요하를 압도하는 것은 물론 세계 최대규모이다.

‘중도유적지’를 보존하고 연구하면 한반도가 요하문명의 중심임을 입증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중국은 오랑캐라 비하하던 동이족 땅에서 거대한 선사유적지가 발굴되자 자신들의 뿌리를 동이족으로 바꾸는 환부역조(換父易祖.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바꿈) 할 정도로 집착하지 않았는가?

2018년 최문순 지사는 차이나타운을 건설하려는 야심에 찬 계획을 발표했지만, 다행히 백지화되었다. 최근의 경제위기는 빚보증을 서면서까지 추진한 일방통행으로 남겨진 2천50억 원을, 김진태 지사가 강원도민에게 피해를 줄 수 없다며 두 손 들자(회생신청) 채권시장이 급속도로 얼어붙은 이유 때문이다.

2천 평도 안되는 스톤헨지는 영화 디아블로와 닥터후는 물론‘트랜스포머’에서 유니크론의 힘을 상징하는 등 게임, 광고, 문화, 예술 모든 분야에 활용되며 밀려드는 관광객으로 연 5조 원의 매출을 올리는 슈퍼 유니콘이다.

수십만 평에 이르는 춘천시 중도 선사유적지는 드러난 것만으로도 세계 최대이며 아직 발굴 중이다.

지상최대 선사시대 유적지를 발굴해 놓고도 눈앞의 이익만 좇는 약장수 정치꾼들로 인해, 개발에만 눈이 먼 글로벌 장사치들의 투전판으로 전락시켜버린 레고랜드 발 금융경색. 그곳에 중국의 이글거리는 붉은 동북공정이 똬리를 틀기 시작한다.

전 세계에 개장된 레고랜드는 기독교인들에게 사탄숭배로 죄악시되는 핼러윈 축제를 매년 9월부터 11월까지 개최한다.

한민족의 뿌리가 될 수도 있는 선사시대 유적지에, 문화를 유린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초호화 호텔로 마침표를 찍고, 화려한 블록에 어린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가두려 핼러윈 축제로 도배질하는 글로벌 테마파크의 기괴한 상술이 온 나라의 동심(童心)을 유혹할 것이다.

지난 2019년 12월12일 오후 춘천지방검찰청 앞에서 중도본부 김종문대표가 민주당 도의원 33인을 방조 혐의로 형사고발 하기 전에 기자회견을 열고 비판했다. (사진=인터넷 캡쳐)


수년 전 필자와 함께 5천 년 선사유적지 보존을 위해 차이나타운과 레고랜드를 반대해 온 [중도유적지보존본부] 김종문 대표의 외침이 이제야 꽂힌다.

바로 엊그제, 이태원 사고로 사망한 158명의 소중한 청년들은, 문화와 역사를 왜곡하는 강자에게 자극적이고 퇴폐적인 글로벌 문화식민지로 전락할 수도 있는 대한민국을, 올곧게 지키려 자신들을 태워버린 희생적 마중물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