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과 김민수 최고위원이 15일 공개 석상에서 당 지지율 정체 현상과 다가오는 지방선거 전략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당 지지율이 20퍼센트(%)대 중반의 박스권에 갇힌 상황에서, 중도층 흡수를 위한 외연 확장보다 당심(黨心)에 무게를 두는 장동혁 대표의 행보가 당내 갈등을 심화시키는 촉매제가 되었다는 분석이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 내 천막 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보수층 내에서도 절반 이상이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현 당 상황에 대해 비판적인 일침을 가했다.
양 최고위원은 "현재 상황에서 선거를 치른다면 국민의힘이 승리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상대인 더불어민주당보다 지지율, 결집도, 중도 확장성, 그리고 그 총합인 선거 경쟁력에서 크게 뒤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당의 경선 당원 투표 반영률을 높이는 것이 본선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지 반문했다.
특히 "중도층이 공감하기 어려운 계엄 정당론이나 부정선거론이 과연 당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질문으로 장동혁 대표의 기조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양 최고위원은 "당의 염도(鹽度)가 적당해야 더 다양한 지역과 계층, 성별, 연령층의 국민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이며, 강성 지지층에만 의존하기보다 합리적 지지층을 아우를 수 있는 보편적 정서에 부합하는 정책, 메시지, 행보, 인물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는 당내에서 제기되는 '계엄 사과 및 윤석열 대통령과의 절연' 요구에 선을 긋고 윤석열 대통령과 유사한 주장을 이어가는 장동혁 대표의 당 운영 방침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앞줄 가운데).사진=연합뉴스
양향자 최고위원의 발언이 끝나자 김민수 최고위원은 즉각 추가 발언을 신청하여 반박에 나섰다.
김 최고위원은 "왜 우리 손으로 뽑은 당 대표를 흔들려고 하느냐"고 강하게 항의하며 양 최고위원의 당내 비판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관련된 통일교 문제, 대장동 항소포기, 양평 공무원 자살사건, 관세, 부동산, 환율, 김현지, 캄보디아, 무비자 입국 등 너무나 많은 문제가 있는데 왜 이런 문제에 대한 공격은 집중하지 않고 당내를 공격하느냐"고 양 최고위원을 몰아세웠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진정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무너지는 대한민국을 지키고 싶다면 어떤 기준으로 방향성을 정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고 역설하며, 대외적인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러한 고위 당직자 간의 공개적 충돌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내부에서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도부가 기존의 당심 중심 기조를 고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지방선거총괄기획단이 내년 지방선거 경선 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기존 50퍼센트(%)에서 70퍼센트(%)로 상향하는 안을 제시한 것에 대해 "지도부에서 확정된 사안이 전혀 아니다"라며, "원외 당협위원장과 현역 단체장 의견을 듣는 등 의견 수렴 과정이 많이 남아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장동혁 대표는 이날 '대안과 책임' 재선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당 기조 변화와 지방선거 당심 70퍼센트(%) 경선 룰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으나,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의원들이 16일 '대안과 책임'이 주최하는 토론회 참석을 장 대표에게 요청했으나, 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은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