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시드니 총기난사 희생자 추모
15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의 본다이 비치 해변에 사람들이 모여 전날 벌어진 총기 난사 사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호주 시드니의 유명 해변 본다이 비치에서 유대인 명절 '하누카' 행사가 열리던 중 무슬림 부자 총격범에 의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 어린이 1명을 포함해 16명이 사망하는 충격적인 테러 참사가 15일(현지시간) 발생했다.

이는 1996년 이후 호주 최악의 총기 참사이자 역사상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테러 공격으로 기록됐다.

15일(현지시간) 호주 남동부 뉴사우스웨일스(NSW)주 경찰 발표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6시 45분경(현지시간) 본다이 비치 하누카 행사장에서 소총 등으로 무장한 총격범 2명이 약 10분간 수십 발의 총기를 난사해 1천여 명의 행사 참가자들이 공포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초등학생 10세 소녀 1명을 비롯하여 87세 홀로코스트 생존자 앨릭스 클레이트만, 랍비 엘리 슐랑거(40), 프랑스 국적의 20대 후반 남성 댄 엘카얌 등 16명이 희생됐다.

약 40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으며, 그 중 앨릭스의 아내 라리사는 남편이 자신을 보호하려다 총에 맞았다고 현지 매체를 통해 전했다.

평화롭고 여유로운 호주의 상징이었던 본다이 비치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현지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안기고 있다.

총기난사 사건 발생 후 도망치는 시민들.사진=연합뉴스


호주 공영 에이비씨(ABC, Australian Broadcasting Corporation) 방송 등에 따르면, 총격범은 사지드 아크람(50)과 그의 아들 나비드 아크람(24) 부자로 확인됐다.

아버지 사지드는 현장에서 경찰에 의해 사살됐으며, 아들 나비드는 총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경찰은 사건 직후 현장에서 이들의 총기 6정을 확보했으며, 현장에 세워진 이들의 차량에서 여러 개의 급조폭발물(IED, Improvised Explosive Device)을 발견해 처리했다.

이후 시드니에 있는 이들의 집과 에어비앤비 숙소 등 2곳을 수색하여 총기 2정을 추가로 압수했다.

호주 합동 대테러팀은 총격범들이 이슬람국가(IS, Islamic State)에 충성을 맹세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들의 차량에서 IS 깃발 2개를 발견했다고 에이비씨(ABC) 방송은 전했다.

토니 버크 호주 내무부 장관은 사지드가 1998년 학생 비자로 호주에 입국하여 영주권을 취득했으며, 나비드는 2001년 호주에서 태어난 시민권자라고 밝혔다.

주변인들에 따르면 이들은 무슬림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나비드는 2019년 시드니에서 체포된 IS 관련 테러 계획범과 연관되어 호주 국내 정보기관 호주안보정보원(ASIO, Australian Security Intelligence Organisation)으로부터 6개월간 조사를 받았던 전력이 확인됐다.

앨버니지 총리는 나비드가 지속적인 위협이나 폭력 행위에 가담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지만, 이번 테러의 IS 연관 가능성은 높게 점쳐지고 있다.

총격범 제압하는 아흐메드 알 아흐메드.사진=독자 입수 제공/연합뉴스

한편 시드니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무슬림 시민 아흐메드 알 아흐메드(43)가 총격범 중 한 명을 덮쳐 총기를 탈취하며 더 큰 희생을 막는 영웅적인 행동으로 팔과 손에 총상을 입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크리스 민스 뉴사우스웨일스(NSW) 주총리에 따르면, 사지드 아크람은 2015년부터 호주 내 총기 면허를 소지하고 있었으며, 현재 6정의 총기를 허가받아 갖고 있었다.

앨버니지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어제 우리가 목격한 것은 순수한 악행이자 반유대주의 행위였으며, 기쁨과 가족 모임, 축하 행사로 유명한 호주의 상징적인 장소인 본다이 비치에서 벌어진 테러 행위였다"고 규탄했다.

1996년 대규모 총기 난사 사건 이후 자동·반자동 총기 소유 금지 등 강력한 총기 규제를 시행해온 호주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총기 규제를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앨버니지 총리는 개인별 총기 소지 허가 수량 제한, 허가 기간 단축 등을 포함한 더 강력한 총기 규제 법안 추진을 밝혔다.

총기난사 사건 현장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한 여성.사진=연합뉴스


국제사회도 이번 사건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호주에서 끔찍한 공격이 있었다. 그것은 명백히 반유대주의 공격이었다"며 애도를 표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평화와 빛이 어둠을 이기는 기적을 기념하는 하누카 첫날, 전 세계 유대인 공동체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으며,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말문을 잃었다"며 "이는 우리의 공통된 가치에 대한 공격이며, 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반유대주의를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