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심한 어지럼증으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은 물론 직장까지 위태로웠다. 엄마는 내가 4학년 때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하늘나라로 갔다. 암이었다. 한순간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 나는 어디에도 기댈 곳이 없었다. 몸이 불편한 아빠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도 모른 채, 엄마 없는 하늘 아래 덩그러니 놓인 유년의 비극은 이제 시작될 것이었다. 그러나 기적은 찾아왔다. 전혀 알지 못하는 부부가 나를 데려가 키운 것이다. 그리고 피아노에 재능을 보인 나를 훌륭하게 양육시켰고 현재 서울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예술고에 입학한 상태이다. 나를 친자식 이상으로 보살피고 가르치고 사랑을 나눠준 이들은 평택 마라톤교회 성현모 목사 부부다.

아랍계 아버지와 미국계 엄마에게서 태어났지만, 아랍계를 싫어하는 엄마쪽 가족의 반대로, 태어난지 1주일 만에 버려지고 어느 가난한 부부에게 입양된다. 공부에는 별 관심도 없었고 학교 수업은 빠지는 날이 더 많았다. 자연히 성적은 시원찮았지만, 양부모는 싫은 내색 한번 없이 친자식처럼 돌봤다. 공부보다는 쓸데없는 것에 더 관심을 갖는 반항아였지만 양부모의 지극정성으로 다행히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양부모가 비싼 학비를 힘들게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는 중퇴하고 창고에서 살았다. 양부모는 가슴이 아팠지만 나를 끝까지 믿고 사랑으로 보듬었다. 나는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 잡스다.

“대학 나왔어요?”“경제력은요?” 국내 입양기관에서 양부모 될 부부에게 묻는 말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런 질문 자체가 용납되지 않는다. 심지어 양부모 될 사람이 아동의 성별은 물론 흑인인지 백인인지 장애가 있는지조차 묻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아이가 유색인종이든 장애아이든 그저 순서에 의해 순리대로 진행되며 어떤 입양 결과에도 순응해야 한다.

국내 입양은 2011년 1천548명, 2012년 1천125명으로 줄더니 2013년엔 686명으로 반토막 났다.

2012년 개정된‘입양특례법’ 때문이다. 친부모가 출생신고를 하고 적어도 7일간 충분히 고민한 뒤에야 입양과정을 밟을 수 있게 했다. 양부모도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입양할 수 있게 됐다.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입양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아졌고, 출산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청소년과 미혼모가 영아를 유기하는 범죄행위가 늘어났다. 하지만 내 부모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하는 입양아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법안인 동시에 입양을 신중하게 생각하자는 법안이기도 하다. 어찌 됐건 2018년 300명대이던 입양아는 2021년엔 200명대로 곤두박질쳤다. 그 와중에 입양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서 쓴 지 오래다. 그것도 장애아동은 대부분이 수출되는 나라가 한국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풍산개 (사진=연합뉴스 제공)


“입양 부모가 마음이 변하거나 아이하고 맞지 않으면 아동을 바꾼다든지 입양을 취소할 수 있게 하자.”

“6개월간 무상 양육해 준 것을 고맙게 여겨야 한다.”

전직 대통령이 정은이사건 이후 2021년 신년 기자회견과 2022년 퇴임 후 풍산개를 반납하며 한 말이다.

퇴임 후에 강아지를 데려갈 목적으로 대통령기록물 이관과 관련한 조항을 신설해 평생 양육권을 법적으로 보장받은 것은 물론, 풍산개들과 2023년 달력까지 제작했다. 또한 매월 비과세로 연금 1천390만 원을 챙기고, 전직 대통령 예우보조금을 2억 원대에서 4억 원 가까이 셀프인상시켜 노후 재테크를 설계한 그가, 위법 운운하며 풍산개를 반납한 이유가 국가로부터 250만 원을 지원받기 힘들어질 것 같은 상황이 드러나자, 1천500만 애견인들은 배신감과 허탈함에 분노하고 있다. 세상에 세금으로 개를 키우는 애견인이 몇 명이나 될까?

“입양아는 친자식의 대안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이다.”

양부모가 특정(남녀) 아이를 선택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교체하거나, 서로 맞지 않는다고 파양하는 경우는 외국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필자와 내 가족은, 입양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불우아동들과 위기 청소년들을 돌보며 살아왔다. 빈곤과 이혼으로 가정이 해체된 채 길거릴 떠도는 아이들, 심각한 왕따로 인해 은둔형외톨이로 숨어버린 아이들, 성폭행당해 정신 분열 증세를 보인 아이들, 폭력, 사기, 절도에 빠져 평생을 범죄자로 살아야 할 아이들, 정부는 위기 청소년들을 위해 수천억 원의 예산을 쓰지만, 대부분의 청소년 쉼터가 3개월, 6개월, 2년 등 기간이 정해져 기간 만료 시 나와야 한다. 그렇지만 우리는 아이가 집으로 돌아가거나 자립할 때까지 무한정 돌보며 키웠다. 긍정의 힘이 추구하는‘평생돌봄시스템’이다. 아내의 치아가 빠져 돈이 없어 10년을 미루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수백 명의 아이를 24시간 1년 365일 단 하루도 쉬는 날 없이 보호하고 학교에 보내며 의료비까지 내가며 올바르게 키웠다. 물론 이름 없는 천사들의 소중한 후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정부예산은 한 푼도 받은 적 없다. 적게는 대여섯 명, 많게는 2~30명의 아이가 북적대며 단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우리에게, 풍산개 두 마리에 들어가는 250만 원은 10명을 키울 수 있는 피 같은 돈이다. 국민을 상대로 아이를 바꾸거나 입양을 취소하라 하고, “풍산개 두 마리를 6개월 동안 무상으로 키웠으니 고마워하라”라며 반납한‘개버린X’은 당장 지구를 떠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