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하는 아제르바이잔·미국·아르메니아 정상.사진=연합뉴스

30년 넘게 영토 분쟁을 벌여온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 하에 평화 선언에 전격 서명했다.

이에 국제사회 또한 즉각 환영의 뜻을 표명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외교에 대한 지지를 보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European Union) 집행위원장은 8일(현지시간) 양국이 평화 프로세스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엑스(X, 구 트위터)에 "지속 가능한 평화로 향하는 여정에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고 적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합의된 조치들의 시기적절한 이행이 이제 가장 중요하다"며 "유럽연합(EU)은 해당 지역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안정, 번영을 위한 정상화 노력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의 앨리슨 하트 대변인도 엑스에 "이는 정상화 과정과 역내 안보 전반에 걸쳐 중요한 진전"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평화에 대한 그의 투자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도 엑스 글에서 "두 국가가 평화를 향해 대담한 조처를 한 것을 축하하고, 돌파구를 마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적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프랑스 외무부도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미국 정부의 노력으로 달성된 이 성과는 결정적 진전을 의미한다"며 "프랑스는 유럽정치공동체(EPC, European Political Community) 틀 내에서 유럽 파트너들과 함께 역내 평화와 번영을 위해 적극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소련에 속했지만 민족과 종교가 다른 양국은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영토 문제를 놓고 크고 작은 무력 충돌을 빚어왔다. 특히 캅카스산맥 고원지대의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아제르바이잔 땅이지만 아르메니아계 분리주의 세력이 점유하면서 수십 년간 '화약고'로 불려왔다.

아제르바이잔이 2023년 9월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여 분리주의 세력을 사실상 무력화했고, 아르메니아로서는 평화 협정에 응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 지역의 아르메니아계 주민 12만명 가운데 10만명 이상이 아르메니아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 협정을 두고 시간을 끌던 양측은 전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 하에 공동 선언에 서명함으로써 마침내 오랜 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선언에는 아제르바이잔 본토와 아제르바이잔의 나히체반 자치공화국을 연결하는 통로인 일명 '국제 평화와 번영을 위한 트럼프 길'을 아르메니아에 구축하는 내용도 포함되었다.

나히체반 자치공화국은 아르메니아 서남부에 있어 그동안 아제르바이잔에서 나히체반 자치공화국을 가려면 이란을 경유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양국은 이번 선언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오랜 요구 사항이었던 직접 통로 개설에 합의하되, 통로 관리는 미국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이들 두 나라와 국경을 맞댄 이란은 양국의 평화 선언을 환영하면서도 외국 세력의 개입을 강하게 경계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란 외무부는 성명에서 "공동 국경 주변에서 어떤 방식이나 형태으로든 외국 개입이 가져올 부정적 결과에 우려를 표명한다"며 "외부 개입은 역내 안보와 장기적 안정을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