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대구의 현재와 과거.사진=대구신문 캡처
최근 날씨가 너무 더워서 일찍 잠 못 들고, 더구나 한국 정치가 너무 어이없이 돌아가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한밤중에 깨어나 유튜브(YouTube)를 검색하여 보수 우익 논객들의 이야기들을 보다가 다시 잠들기를 반복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지금은 태풍 '꼬마이'가 소멸하면서 남긴 수증기의 영향으로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려 더위는 일단 가셨다. 지역에 따라 집중 호우로 인한 홍수가 예상된다.
이어령 선생이 1962년 펴낸 《흙 속에 저 바람 속에》(현암사). 오른쪽은 문학사상사가 발행한 같은 책이다. 이 책은 단행본으로 국내에서만 수백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고 미국, 일본, 중국 등지에 번역 출판되었다.사진.글=월간조선 캡처
◆ 그리운 옛 '한국'과 이어령 선생의 통찰
이런 와중에 새삼 어릴 때 겪었던 '한국'이 그리워졌다. 필자가 중학교에 다닐 때 출간되었던 이어령 선생의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를 다시 꺼내어 읽어 보았다. 처음 그 책을 접했을 때, 책에 나오는 슬픈 한국의 자화상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한편으로는 못난 한국인으로서의 자괴감이 필자를 몹시 분노케 했었다. 그러나 필자는 어쨌든 한국의 흙 속에서 자라났고, 한국의 공중에 부는 바람을 맞으면서 생활한 한국인임은 엄연한 사실이다. 지금도 그 흙 속에 그 바람 속에서 살고 있다.
익선동 겨울풍경
익선동(益善洞)은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1·2·3·4가동의 중앙에 위치한 법정동이다.사진=위키백과
◆ 시간을 관통하는 흙과 바람, 그리고 변치 않는 한국인
그러나 1963년의 대한민국과 지금 2025년의 대한민국은 같은 대한민국이지만 완전히 다른 모습을 지니고 있다. 이어령 선생이 그 책을 출간한 62년 전 한국인은 배고프고 불쌍한 나라의 가난을 지닌 국민으로서 각자 먹고살기에 급급했다. 그러면서도 그 끔찍한 가난의 대를 물리지 않기 위해 자식 교육에 모든 것을 바치며 자신의 허리띠를 졸라매는 훌륭한 부모들이었다. 이런 모습이 필자의 성장 과정을 회상하면서 그려진 한국인의 자화상이다.
필자가 쓰는 이 글의 제목은 '흙 속에 이 바람 속에'이다. 한국의 흙은 1만 년 전에도 여전히 그 흙이고, 거기에 부는 바람도 여전한 그 바람이다. 그 흙 속에 그 바람 가운데 살고 있는 우리 한국인은 변함없는 그 한국인이다. 그러나 달라진 것은 생활 환경을 두고 생각하는 한국인의 관점과 사고의 폭과 질이 62년 전의 그것과는 천양지차라는 것이다. 지금 한국인은 옛날 한국인이 아니다.
기념촬영하는 '2025 세계한인차세대대회' 폐회식 참가자들.사진=재외동포청/연합뉴스
◆ 세계의 중심에 선 2025년 한국인의 위상
지금 한국인은 어떤가. 현재 한국인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복지, 체육, 연예, 과학, 방위산업 분야 등 모든 면에서 세계의 중추국으로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나라의 국민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시아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간 지점인 휴전선을 가운데 두고 남북한이 대치하는 중에 우리는 남한, 즉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오늘날 한국 국민은 한글을 국어로 쓰면서 우주적 지식 정보를 거의 무제한으로 습득하고 있다. 그리고 종교적 다양성을 향유하면서도 특히 그리스도교를 믿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어서 기독교 교리와 하늘나라에 대한 조예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우주는 현실의 눈에 보이는 것만 우주가 아니라 사이버 공간의 우주도 우리에게 개방되어 있다. 그 우주 내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실시간으로 접하는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이다. 인공지능(AI)도 우리 토양에서 함께 생활하며 지식 정보를 즉각적으로 제공하고, 우리가 바라는 분야에서 사람을 대신해 인간처럼 일을 하고 있다. 로봇 일꾼, 로봇 군대, 드론, 해양 탐사 요원, 화성 탐사원 등은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이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최초의 우주 역사와 지구 역사도 다 파악된다. 지구의 구조와 활동상, 즉 우리가 모르는 분야의 지하 세계, 해양 세계, 대기권 내부의 자기장, 전기장, 중력장의 실태를 모두 파악하고 있다. 또 문명과 원시 상태가 현재 지구에서 어떻게 공존하고 있는지도 테마 여행을 통해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국제 정세도 실시간으로 전 국민이 다 파악을 하고 있다. 어떤 나라에서 어떻게 국제법을 어기고 있는지, 전쟁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자연재해는 어떠하며 한국민이 전 세계 오지에서 어떻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지, 스포츠 분야와 연예계 한류 열풍은 어떻게 어느 정도로 불고 있는지 모두 파악되고 있다.
그린란드 스코즈비만 인근의 빙산.사진=연합뉴스
◆ 변화하는 세상, 슬기로운 국민의 자세
이제 이 달라진 생활 환경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과거 배고픈 허기를 채우기 위해 살던 우리에게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세상은, 아니 우주는 너무나 광대하다. 그리고 그 구성원 간에 서로 화합도 하지만 투쟁도 전개된다. 우리는 이 흙 속에서 우리에게 부는 지금의 이 바람을 맞으며 살고 있다. 우리나라가 처한 한 분야에만 시선이 갇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것이 마치 여름의 더위가 가고 곧이어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과 겨울이 오듯이 지나갈 것이다. 또 세상은 달라질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것은 거대한 빙산의 일각이다. 드러난 모습 이면의 빙산을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 이재명 한 개인만 끝장낸다고 해서 거대한 반국가 세력이 죽지는 않는다. 문재인이 물러나자 이재명이 등장하지 않았는가? 이재명 뒤에 또 그런 인물이 등장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
우리의 훌륭한 역대 지도자인 이승만 대통령도 앞을 잘 내다볼 줄 알았고(미국을 무조건 믿지 않고 미국과 협상을 잘해서 한국 편을 만들었다), 박정희 대통령도 자주 자립의 토대를 마련하여 장차 이 나라가 세계를 이끄는 선진국이 되게 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 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토양에서 언제 어떻게 바람이 불 것인지 그 바람에 대비하는 슬기로운 국민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