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3법 무제한토론 이틀째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이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여야는 5일 '방송 3법'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이틀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 대치를 이어갔다.

전날 오후 4시경부터 시작된 필리버스터에는 이날 오전 11시까지 여야 의원 4명이 참여하며 강대강 대치 상황이 지속됐다. 이는 약 일 년 만에 '필리버스터 대치 정국'이 재연된 것으로, 방송법 외에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들이 산적해 있어 여야 간의 대립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방송3법에 관한 무제한 토론하는 신동욱 의원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이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3법 (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관한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방송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의 의도에 맞는 인사를 방송사 경영진에 앉히려는 '방송 장악 법'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첫 토론자인 신동욱 의원은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 "1980년도 신군부의 언론 통폐합에 버금가는 언론 목 조르기 법"이라고 규정하며"더불어민주당 방송 만들기 프로젝트, 민주노총 방송 만들기 프로젝트라고 불러달라"고 날을 세웠다.

텔레비전조선(TV조선) 앵커 출신인 신 의원은 "취직시켜주고 싶은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낙하산처럼 투입해서 함부로 흔들 정도로 대한민국 언론이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다"고도 일갈했다.

신동욱 의원은 중간에 한 차례 자리를 비운 것을 제외하면 7시간 31분간 발언을 이어갔다.

신 의원에 이어 발언대에 오른 같은 당 이상휘 의원은 "방송 3법은 공영방송을 특정 세력의 어떤 영향에 두려는 위험한 법으로 인식되고 있고, 표현의 자유를 가장한 다수의 언론 독점이라는 것이 국민의힘의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필리버스터 이틀째, 발언하는 노종면 의원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이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반면, 찬성 토론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방송 3법으로 공영방송 구조를 정상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현 의원은 "국민 주권 정부를 실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이 권한 행사를 내려놓는 것"이라며"공영방송을 정상화하는 법이 바로 방송 3법"이라고 말했다.

와이티엔(YTN) 기자 출신인 노종면 의원은 "이 법이 통과되면 어떤 정치 권력도 한국방송공사(KBS) 사장을 마음대로 뽑을 수 없다"며"심지어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방송법을 꼭 해야 하냐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그럴수록 빨리 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아침 맞은 필리버스터

5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이어가는 가운데 민주당 일부 의원들이 자리에 앉아 있다.사진=연합뉴스


이틀째 필리버스터 대치가 진행된 이날 본회의장의 국회의원 자리는 대부분 비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친야 성향의 군소 야당과 함께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키고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필리버스터가 시작 후 24시간이 지나면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1백80명 이상)의 찬성으로 강제 종료할 수 있는 국회법 절차를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국회는 이후 방송 3법 중 하나인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다시 필리버스터 대치를 이어갔다. 다만 이 필리버스터는 국회법에 따라 7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이날 자정에 자동으로 종료되었다.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표결과 이른바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등은 오는 21일 이후 본회의에서 순차적으로 처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언론·사법 개혁 추진을 공언하며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체제 속에서 여야 간 대치는 더욱 격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