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European Union)이 미국과 무역 합의 세부 사항을 두고 이견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미국을 향한 보복 조치를 일단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은 교착 상태에 빠진 양측의 무역 관계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올로프 길 유럽연합집행위원회 무역 대변인은 5일(현지 시각) 국내 기간 뉴스 통신사인 연합뉴스 서면 질의에 "7일 발효 예정이었던 미국에 대한 관세 대응 조치를 6개월간 유예하기 위한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이날 중 긴급 절차를 통해 유예를 위한 필요한 조치를 채택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의 보복 조치는 미국산 항공기, 자동차, 버번 위스키 등 총 9백30억 유로(약 1백50조원) 규모 상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는 미국과 합의 불발 시 오는 7일부터 자동 발효될 예정이었다.
이번 유예 결정은 지난달 27일 유럽연합(EU)산 상품에 15% 일괄 관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의 합의가 타결됐고,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 명령에 따라 오는 7일부터 국가별로 조정된 관세율이 일괄 발효되는 데 맞춘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미국이 유럽연합(EU)에 약속한 15% 관세율은 다른 추가 관세가 붙지 않는 '올 인클루시브(all-inclusive, 모든 것이 포함되는)' 방식이다.
길 대변인은 "다른 미국의 무역 파트너국과 달리 유럽연합(EU)에 대한 15% 관세율은 기존 최혜국대우(MFN, Most Favored Nation) 관세율도 포함되며 15% 이상의 추가 관세가 붙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부각했다.
그러나 양측 간 합의 세부 내용과 적용 시기를 두고 이견을 보이는 부분이 남아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관한 관세율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럽연합(EU)은 미국이 자동차 관세율도 현행 27.5%에서 15%로 인하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에는 이 내용이 누락됐다.
철강·알루미늄에 대해서도 유럽연합(EU)은 일정 수준의 물량까지는 저율관세할당(TRQ, Tariff-Rate Quota)을 도입하기로 미국이 약속했다고 한 반면, 백악관은 이런 설명 없이 현재의 50% 관세가 계속 유지된다며 차이를 보였다.
항공기를 비롯해 '전략적 품목'에 대해서는 상호 무관세에 합의했지만, 이 부분 역시 미국 측의 구체적인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양측은 합의 내용을 문서화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로 했지만, 5일 현재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다.
유럽연합(EU)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공동성명이 "거의 준비가 다 됐다"면서도 양측 간 세부 사항 확인을 위해 막바지 작업 중이라고 전했다.
이 공동성명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이 합의한 품목별 관세 면제 목록 등 세부적인 내용이 명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