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1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 5대 의제'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조만간 전국 법원장 회의를 소집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이날 오후 법원 내부망(코트넷) 법원장 커뮤니티에 '사법개혁 논의와 관련해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을 올려 이같이 밝히고, 민주당 '국민중심 사법개혁 특별위원회(특위)'에 행정처가 제시한 의견을 공유했다.
이는 민주당 특위가 추석 전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하는 대법관 증원(14명에서 30명으로 확대), 대법관 추천 방식 개선, 법관 평가 제도 개선, 하급심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등의 사법개혁 법안에 대해 대법원 차원에서 처음으로 공식 입장을 정리해 내놓은 것이다.
천대엽 처장은 우선 대법관 수 증원론과 관련하여 "대법관 수를 과도하게 증가시키는 개정안은 재판연구관 인력 등 대규모 사법자원의 대법원 집중 투입으로 인해 사실심 약화의 큰 우려가 있다고 했고, 예산·시설 등의 문제도 언급했다"고 밝혔다.
그는 상고 제도 개선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사법 제도와 상고심 구조 개편은 국민의 권리·의무 및 헌법상 재판 청구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일단 바뀌면 불가역적이기 때문에 "국민을 위한 바람직한 상고심 모습에 대해 신중하고 충분한 논의를 통해 방향을 설정하고 대법관 증원의 규모와 시기를 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천 처장은 특히 "헌법상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부의 구조를 개편하는 경우에는 법관 사회의 의견 수렴을 거쳐 사법부의 공식적인 의견이 제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민주당 측의 일방적 추진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천 처장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방안에 대해선 "현재 추천위원회 구성상 위원들이 대법원장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할 수 없고, 대법원장의 후보자 제시권도 폐지되어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관의 다양성 확보가 어려운 점은 상고심 구조와 국민천거 제도 및 청문회 제도 운영상의 복합적인 원인에 뿌리내리고 있다고 설명하며, 현재의 추천위원회 구성 문제 때문에 대법원장이 원하는 사람들로 대법관이 최종 추천된다는 민주당 측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천 처장은 법관평가위원회 등을 통해 법관 평가 제도와 인사 시스템을 변경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임을 명확히 밝혔다"고 전했다.
그는 "외부의 평가와 인사 개입을 통해 법관의 인적 독립과 재판의 독립이 침해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사법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법관 사회에서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발의되어 있는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법안 외에 향후 구체적 법안이 더 나올 경우 추가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라고 그는 언급했다.
사법권한 분산 및 신뢰 회복을 위한 국민경청대회.사진=연합뉴스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사법정보 접근성 제고를 위하여 과거 판결문에 대한 공개를 확대하는 데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임을 밝혔다"고 말했다.
다만 "미확정 형사판결의 경우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지장을 줄 우려가 발생할 수 있어 입법정책적으로 공개 결정을 하더라도 보완책이 필요함"을 민주당 측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에 관해서는 "과거 사법행정자문회의 논의 결과와 형사소송규칙 개정 과정, 종래 검토 결과에 기초해 찬성하는 입장임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사법행정자문회의는 지난 2021년 관련 내용을 논의하고 "법관이 영장 발부를 결정하기 위해 당사자를 대면해 심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천 처장은 현재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 과정에 대해서도 입장을 소상히 설명했다.
그는 "종래 범국가적 사법개혁 논의 과정에 비추어 볼 때 사법부 공식 참여의 기회 없이 신속한 입법 추진이 진행되고 있어, 그간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하려는 노력을 해왔음에도 이례적인 절차 진행이 계속되고 있는 비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만간 법원장님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갖고자 검토하고 있다"며 "각 의제들에 대해서 법원장님들께서는 각 소속 법관들의 의견을 널리 수렴하여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마지막으로 천 처장은 "국민의 마음과 신뢰를 얻는 사법부로 거듭나는 것이 결국 사법개혁의 최종 목표가 될 것으로 생각하며, 법원행정처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