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보건 당국이 코로나19 백신과 아동 사망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공식적으로 제기할 계획을 밝혀 미국 내 백신 정책에 중대한 전환점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4명의 관계자는 보건 당국이 다음 주 개최될 질병통제예방센터(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산하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Advisory Committee on Immunization Practices) 회의에서 이 같은 주장을 펼칠 예정이라고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회의는 백신 접근성 및 무료 접종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새로운 코로나19 백신 권고안을 심의하는 자리다.
◆ 백신-아동 사망 25건, VAERS 데이터 기반 공식 논의 돌입
트럼프 행정부 보건 당국은 연방 백신 부작용 신고 시스템(VAERS, Vaccine Adverse Event Reporting System)에 접수된 아동 사망 보고 사례를 근거로 코로나19 백신과 아동 사망 간의 인과관계를 주장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VAERS는 의료 전문가뿐만 아니라 일반인까지 누구나 부작용이나 백신 경험을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내용의 정확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CDC 역시 이 데이터베이스가 백신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인지를 판단하는 용도가 아니며, 과학자 및 공중 보건 전문가들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행정부가 이 데이터를 근거로 공식적인 논의를 시작하려는 것은 백신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CDC는 지난 6월 ACIP 회의에서 코로나19 관련 입원으로 사망한 아동이 최소 25명이라는 데이터를 제시했는데, 백신 접종 대상이었던 16명의 아동 중 백신 접종을 완료한 아동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 '백신 회의론자' 장관, 보건 정책 전면 개편 주도
이번 정책 전환 움직임은 강력한 '백신 회의론자'로 알려진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HHS, United States Department of Health and Human Services) 장관과 마티 마카리 식품의약국(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 국장이 주도하고 있다.
케네디 장관은 지난 6월 ACIP 위원을 전원 해임하고 백신 회의론자들을 그 자리에 앉힌 데 이어, 'CDC 개혁'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수전 모나레즈 CDC 국장까지 해임하며 백신 정책 전반에 걸친 강력한 개편 의지를 표명했다.
평소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는 등 의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신념을 자주 피력해온 케네디 장관의 행보는 향후 미국의 보건 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마카리 FDA 국장 역시 지난주 씨엔엔(CNN, Cable News Network)과의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아동 사망 보고서를 조사하고 있다며, "부검 보고서를 검토하고 유가족 인터뷰를 진행 중"이라고 밝혀 백신과 사망 간의 연관성 주장에 힘을 실었다.
마카리 국장의 핵심 참모 중 한 명인 트레이시 베스 호그 박사 역시 FDA 합류 전 아동 대상의 광범위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 ACIP, 백신 권고안 '대폭 축소' 검토…정부 발 '백신 의혹' 확산 가속화
CDC에 백신 접종 관련 사항을 권고하는 ACIP가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일 경우, 미국의 백신 정책은 전례 없는 대격변을 맞이할 수 있다.
HHS 대변인 앤드류 닉슨은 "FDA와 CDC는 VAERS 및 기타 안전 감시 데이터를 일상적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이 검토 결과는 ACIP 절차를 통해 공개적으로 공유될 것"이라며 "업데이트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모든 권고안은 황금 표준 과학에 기반하여 다음 주 ACIP에서 투명하게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ACIP는 현재 75세 이상에게만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그보다 젊은 사람들은 의사와 상담 후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다른 방안으로는 기저 질환이 없는 75세 미만에게는 백신을 권고하지 않는 것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모든 아동에게 백신 접종을 권장했던 기존 정책에서 급격히 후퇴하는 것으로, 광범위한 정책 변화를 예고한다.
이미 많은 국가에서는 건강한 아동의 코로나19 백신 연간 접종을 권고하지 않고 있는데, 이들이 코로나19로 사망하는 경우가 드물고 대부분 가벼운 증상을 겪기 때문이다.
미국 당국은 그간 유아 및 영아의 입원 위험과 기저 질환 없는 입원 환자 비율을 근거로 백신 접종을 정당화해 왔으며, 백신이 아동을 롱코비드(Long COVID)로부터 보호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노엘 브루어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공중보건학과 교수이자 케네디 장관에 의해 해임된 전 ACIP 자문위원은 백신으로 인한 피해에만 초점을 맞추고 코로나19 자체의 피해를 무시한다고 비판하며 "미국 정부가 이제 백신에 대한 허위 정보를 조직적으로 유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더나(Moderna)는 성명에서 "전 세계적으로 10억 회분 이상이 접종됐지만, 미국, 호주, 캐나다, 유럽 등 어느 국가에서도 아동이나 임산부에게서 새롭거나 알려지지 않은 안전성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미 병원 네트워크 '매스제너럴브리검'의 소아과 의사인 할린 마르와도 지난 6월 이후 데이터 분석 결과, "코로나19 백신과 아동 간에는 새로운 안정성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출처: Trump officials to link covid shots to child deaths, alarming career scienti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