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커크 암살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22).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지 운동에 앞장섰던 청년 우파 활동가 찰리 커크의 암살 사건 용의자가 '좌파 이념'을 가졌으며 트랜스젠더 연인과 동거 중이었던 것으로 파악되어, 미국 사회의 이념 갈등이 심각한 폭력으로 치닫는 현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화당 소속 유타 주지사의 발언과 함께,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탄피에 극단적인 정치적 문구가 적혀 있었던 점이 이번 사건의 정치적 배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오늘 14일(현지시간) AP통신과 ABC·NBC 방송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이번 사건 수사에 관여하고 있는 공화당 소속 유타 주지사 스펜서 콕스는 이날 인터뷰에서 용의자 타일러 로빈슨(22)의 동거인이 트랜스젠더임을 밝혔다.

콕스 주지사는 "로빈슨의 룸메이트는 연인 관계로,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 중인 인물"이라면서 "그는 수사 과정에서 매우 협조적이었으며, 이번 일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일부 미국 정치인들은 로빈슨이 찰리 커크의 '반(反)트랜스젠더 견해'를 이유로 그를 암살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깊어진 이념 분열이 낳은 비극적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당국은 아직 로빈슨의 범행 동기가 이와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콕스 주지사의 발언은 용의자의 이념적 배경을 강력히 시사하며 이목을 집중시킨다.

콕스 주지사는 "로빈슨이 현재까지 당국에 자백하지 않았고 수사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분명히 좌파 이념을 갖고 있다"고 단언하며 "그 정보는 그의 주변 사람들, 가족, 친구들로부터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로빈슨이 분명히 게임을 많이 하고 있었다"며"친구들이 확인해준 바로는, 이 사람이 일종의 깊고 어두운 인터넷, '레딧 문화'(인터넷 커뮤니티 문화), 이런 다른 어두운 공간들 속으로 깊이 파고들고 있었다"고 덧붙여 극단적인 온라인 문화에 물든 청년의 모습을 묘사했다.

콕스 주지사는 극단적인 '마가'(MAGA·트럼프 강성 지지층)였을 수 있다는 일부 추측과 관련해 섣부른 발언 자제를 촉구하면서도 "만약 이 사람이 급진화된 마가 지지자였다면, 나는 그것 역시도 똑같이 말했을 것"이라고 밝혀, 그의 언급이 정치적 배경을 띠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용의자 로빈슨은 지난 10일 낮 유타주 유타밸리대학 캠퍼스에서 '터닝포인트 USA' 주최 토론회에 참석한 이 단체 대표 찰리 커크를 총격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로빈슨은 미국의 대학 입학시험 ACT에서 상위 1퍼센트(%)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아 장학금을 받고 유타주립대학에 입학했으나 한 학기 만에 중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선거 유권자 등록 기록에 따르면 그는 어느 정당에도 소속돼 있지 않으며, 근래 있었던 최소 두 차례 선거에서 투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배경은 특정 정당에 얽매이지 않고 온라인에서 급진화된 극좌 성향의 '외로운 늑대'형 범죄자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범행 현장 근처에서 발견된 소총 탄피와 탄약에는 "어이, 파시스트! 잡아봐!"(Hey fascist!. Catch!)라는 문구와 이탈리아 반(反)파시스트 노래를 인용한 것으로 보이는 '벨라 치아오'(Bella ciao)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수사 당국은 밝혔다.

이는 찰리 커크가 대표하는 보수주의적 가치에 대한 노골적인 증오와 저항을 담은 것으로 풀이되며,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적 범행을 넘어선 정치적 테러의 성격을 띠고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고 있다.

이념 대립이 극단적인 폭력으로 이어지는 미국 사회의 현주소가 우려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