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환영하며 미국의 제조업 기반 재건을 위한 지식 이전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는 최근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로 인한 외국 기업들의 투자 위축 우려를 불식시키는 한편, 미국 국익 중심의 실용적인 정책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나는 다른 나라나 해외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겁먹게 하거나 의욕을 꺾고 싶지 않다"고 밝히며 "우리는 그들을 환영한다. 우리는 그들의 직원을 환영한다"고 전했다.
비록 특정 국가나 기업을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이는 지난 4일 미 이민 당국에 의한 대규모 한국인 구금 사태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시 미 당국은 조지아주 현대차그룹-엘지(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317명을 포함해 총 475명을 체포·구금한 바 있다.
구금되었던 한국인들은 일 주일여 만에 석방되었으나, 이들 중 일부는 합법적인 비자 소지자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미 당국의 과도한 단속에 대한 반발과 기업들의 투자 위축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그래픽] 미 구금·귀국 한국인 비자 현황
미국 조지아주에서 미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300여명이 무사히 귀국한 가운데, 업계는 미국 인력 확보와 공장 건설 지연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인 고용을 주문하고 있지만, 현장 투입 인력 교육에는 최소 6개월, 많게는 5∼6년이 걸려 업계는 "비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은다.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때, 전문 인력의 지식 이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 기업들이 매우 복잡한 제품, 기계, 다양한 '것들'을 만들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가지고 미국에 들어올 때, 나는 그들이 자국의 전문 인력을 일정 기간 데려와서 그들이 미국에서 점차 철수해 자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미국인들에게 매우 독특하고 복잡한 제품들을 어떻게 만드는지 훈련시켜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이것을 하지 않는다면, 칩, 반도체, 컴퓨터, 선박, 열차 등과 같이 우리가 다른 나라로부터 만드는 법을 배워야 하거나 많은 경우 우리가 과거에 잘했지만 지금은 다시 배워야 하는 그런 많은 제품에 대한 막대한 투자는 애초에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여 지식 전수가 미국의 제조업 기반 재건에 필수적임을 역설했다.
이는 해외 기업이 미국에 투자할 때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전문 인력의 지식 이전 역시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글은 자신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동조해온 강성 지지층과, 최근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를 우려스럽게 보는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동시에 보내는 매우 전략적인 메시지로 분석된다.
지지층에게는 전문 기술을 가진 외국 인력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국의 제조업 기반 재건을 이룰 수 없는 현실을 설명하고, 동시에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대미 투자 기업들에게는 전문 기술 인력의 미국 체류를 보장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기술 인력을 받아들이는 목적이 미국 국민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기 위함이며, 그 과업이 끝나면 자국으로 돌아간다는 점을 분명히 함으로써 외국 기술 인력 유입 허용이 자신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의 유연화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 또한 명확히 했다.
현재 한미 양국은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를 계기로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기술인력의 안정적 미국 체류를 보장하기 위한 비자 제도 개선 방안을 협의하고 있어, 향후 미국 정부의 구체적인 조치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