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서 법정구속 면한 남욱 변호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욱 변호사가 지난 2월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서 1심과 동일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장동 의혹 사건의 핵심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가 19일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정무조정실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기존 진술과 배치되는 주장을 펼쳤다.
남욱 변호사는 과거 발언이 "검찰이 얘기하는 대로 진술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자신의 진술 번복 배경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 남욱, 과거 진술은 '검사에게 들은 내용' 주장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이날 정진상 전 실장의 대장동·백현동·위례 개발 비리 의혹 및 성남FC 의혹 사건 공판을 열고 남욱 변호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 재판은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 형사재판 속행이 중지된 이후 정진상 전 실장에 대해서만 이어지고 있다.
남욱 변호사는 지난 2022년 11월 법정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시기인 2013년 4월부터 8월까지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에게 총 3억여 원을 건넸다고 진술하며, "당시 유동규 전 본부장이 '높은 분들에게 전달할 돈'이라고 했고, 그들을 '형들'이라고 지칭해 정진상 전 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전 부원장으로 알고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재판에서도 유사한 취지로 증언했다.
그러나 남욱 변호사는 이날 재판에서 과거 법정 진술이 정확한 기억인지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 대해 "당시엔 전혀 몰랐던 내용이고 2021년 수사를 다시 받으면서 검사들에게 전해 들은 내용"이라고 진술하며 과거 증언을 번복했다.
◆ '심리적 위축' 해명과 재판부의 지적
재판부는 남욱 변호사의 증언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진관 재판장은 "증인은 변호사 자격증도 있고, 진술이 사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관점에 따라 (당시 진술이) 사실을 진술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남욱 변호사는 "100회 넘는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제가 한 말도 있고 검찰로부터 들은 내용도 많다 보니 반복된 과정을 통해서 착각할 수도 있다"며 "제가 단순 증인이 아니고 공범 위치에 있다 보니 3년 넘게 수사받고 4년 넘게 재판받는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된 부분들이 불투명하게 증언한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재판부가 "증인이 준 3억 원 관련해서 이후에 여러 가지 김용 민주연구원 전 부원장 뇌물로 쓰였다 해서 문제가 됐다"고 재차 지적하자, 남욱 변호사는 "검사들이 그게 팩트라고 말하니까. 수사기관에서 그렇게 들었으니 '그런가 보다' 이런 식으로 진행됐다"고 진술했다.
그는 또한 "이런 큰 사건에 연루돼 검사들과 정영학 회계사가 허위 사실 프레임을 짜서 저를 주범으로 몰아넣고 모르는 내용을 제가 했다고 했다. 구속도 되고 재판을 1년 넘게 받으며 힘들게 받았다. 솔직하게 (검사들과) 싸우면서 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엇갈리는 '천화동인 1호' 진술…법정 공방 예고(CG).사진=연합뉴스
◆ 잦은 진술 번복 이력과 과거 증언의 내용
남욱 변호사는 2022년 11월 구속 만기 석방된 뒤 정진상 전 실장 등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다가 지난 8월부터 기존 입장을 변경하는 등 검찰 수사부터 재판까지 여러 차례 발언을 번복해 왔다.
지난 8월 12일 재판에서 그는 "(유동규 전 본부장이) 형들한테라고는 안 했다. 약속한 게 있는데 안 주면 곤란하다는 게 '워딩'(wording)이었다"며 '형들'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지난 2021년 11월 검찰 조사에서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대출 브로커 조우형이 두 번째 대검 조사를 받을 때 주임 검사가 믹스커피를 타주고, 화기애애했다고 들었다. 해당 검사가 윤석열 중수2과장이라고 김만배로부터 들은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이는 당시 '저축은행 수사를 무마하여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종잣돈을 마련해준 인물이 윤석열 중수2과장'이라는 의혹과 연결되었다.
그러나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인 2022년 재판에서는 "조사 당시 사실대로 진술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사실대로 다 말씀드리겠다"며 "2015년 2월부터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실 지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김만배 언론인에게서 들어서 알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 지분'과 관련해 "대화하는 과정에서 정진상 전 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전 부원장의 이름을 정확히 거론했다"고 진술했다.
법정 향하는 정진상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지난 2024년 6월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개발의 핵심으로, '실소유주' 논란이 일었다.
남욱 변호사는 정진상 전 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전 부원장, 유동규 전 본부장을 접대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검찰은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건넨 돈이 김용 민주연구원 전 부원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으로 건네졌다고 기소했다.
한편 김만배 언론인은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논란과 관련해 법정에서 "남욱 변호사에게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실 지분' 관련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대장동 일당 중 정영학 회계사는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했고, 검찰은 이를 토대로 남욱 변호사, 김만배 언론인 등이 대장동 비리를 공모했다고 판단했다.
남욱 변호사는 녹취록의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정영학 회계사를 공격하고 공모를 부인해 왔다.
한편 재판에서 변호인 측은 정진상 전 실장의 보석 조건 완화를 요청했으며, 재판부는 "지금 상황에서 적절한 조건인지 검토해보고 변동이 있으면 말하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