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정상회의 열리는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사진=연합뉴스

오는 10월 31일부터 이틀간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의 만찬 메뉴에 어떤 음식이 오를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만찬은 한식 중심의 코스 요리로 구성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이며, 경주 지역의 특산물이 일부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9월 21일 APEC 정상회의 준비기획단 등에 따르면, 이번 정상 만찬 메뉴는 '대외비'로 분류되어 있다. 국가 정상에 대한 의전은 하나부터 열까지 보안이 요구되는 사항으로, 음식 역시 동일한 보안이 적용된다.

따라서 만찬 메뉴는 정상회의 일정 직전에 이르러서야 공개될 전망이다.

부산 APEC 정상 만찬에 올랐던 메뉴.사진=부산 APEC 백서 캡처/연합뉴스


만찬 메뉴 선정은 요리에 전문 지식을 갖춘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바탕으로 수개월 전부터 준비된다.

실제로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의 경우 개최 6개월 전부터 '오·만찬 민간자문위원회'를 구성하여 메뉴를 선정했으며, 부산 롯데호텔 조리팀은 이를 각국 정상들이 먹기에 적합한 음식으로 개발했다.

당시 궁중음식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대하구이, 신선로, 너비아니 등이 코스 요리로 만찬 식탁에 올라 각국 정상들의 호평을 받았다는 후일담이 전해졌다.

해당 메뉴를 자문했던 한영실 숙명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명예교수는 "당시 한국을 알릴 수 있는 메뉴로 구성하려고 많이 고민했었다"며 "특히 우리나라 대표 음식인 김치가 빠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 서울식으로 새우젓을 넣은 배추김치를 선보였다"고 회고했다.

경주 APEC도 정상회의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자문위원회의 의견을 바탕으로 만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이번 회의는 경주에서 열리는 만큼 지역 특산물이 만찬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APEC 준비기획단 관계자는 "이번 만찬은 경주라는 지역의 특산 식자재 같은 것들을 소개할 수 있는 방향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보통은 코스 요리로 나온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메뉴는 다음 달 초쯤 윤곽이 잡힐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경주의 특산품 중 육류로는 한우, 어류로는 가자미가 만찬 후보군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경주는 우리나라 대표 한우 사육지 중 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동해안에는 가자미가 풍부하게 잡혀 이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을 쉽게 맛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만찬에는 첨성대나 불국사 등 경주의 전통문화를 시각적으로 풀어낸 플레이팅(plating)이나 식기를 선보일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보성 신경주대학교 외식조리학과 교수는 "경주에는 가자미를 활용한 회밥이나 찜, 구이 등의 요리가 많다"며 "이슬람 문화권은 종교 특성상 돼지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에 한우가 오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정상 만찬이 한국의 전통 음식문화와 경주의 지역적 특색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