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카 커크와 포옹한 트럼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31세의 젊은 나이로 암살범의 총격에 세상을 등진 청년 우파 운동가 찰리 커크의 비극적인 죽음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 보수 진영에 새로운 '부흥'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이후 일부 균열 조짐을 보였으나, 커크의 죽음이 내년 중간선거 승리를 통한 정권 재창출이라는 당면 과제를 위한 정치적 호재로 작용하며 보수 진영의 재결집을 가속화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커크 추모식에 직접 참석해 "부흥회 같다"고 평가하며, 커크를 기리는 청중들의 뜨거운 열기를 북돋웠다.

그의 표현대로 참석자들은 커크를 예수, 모세, 사도 바울, 순교자 스데반 등에 비유하며 단순한 추모를 넘어 보수주의의 '부활'과 '재결집'을 염원하는 메시지를 강하게 표출했다.

청중들은 "무릎 꿇느니 서서 죽자", "두려워하지 말자"를 외치며 십자가까지 메고 오는 등 확고한 신념을 보여주었으며, 마지막 연사로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싸우자"(fight)를 연호하며 지지층의 단합과 투쟁 의지를 고취시켰다.

워싱턴포스트(WP)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이번 사태를 "선과 악의 전투"로 규정한 것을 상기시키며 커크의 추모식이 "종교 전쟁 이미지"로 그려졌다고 묘사하기도 했다.

이는 커크의 죽음이 보수 진영의 사명감을 더욱 고취시키는 계기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찰리 커크 추모식에 십자가 메고 온 참석자.사진=연합뉴스


커크의 죽음은 정치적 파급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커크가 이끌던 단체 '터닝포인트 USA'의 지부 개설 요청이 전국에서 수만 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커크가 전국의 대학을 돌며 공화당이 약세인 20·30세대를 공략해왔던 노력의 결실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커크를 '순교자'로 칭송하고 에리카를 끌어안은 것에서 보듯 커크의 지지층을 흡수하려는 트럼프 진영의 정치적 포석이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차기 공화당 대통령 후보군의 선두에 있는 제이디(JD) 밴스 부통령이 커크의 빈자리를 대신해 그의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수 진영이 젊은 세대로의 확장을 위한 전열 재정비에 나서고 있음을 시사한다.

커크 추모식에서 담소 나누는 트럼프 대통령과 머스크.사진=연합뉴스


또한 추모식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와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한때 불거졌던 이들의 정치적 갈등이 봉합되고 재결합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 아래 보수 진영의 균열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물론 역대 중간선거가 집권당에 불리하게 흘러갔던 전례와 트럼프 대통령의 일부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지만, '순교자' 커크의 죽음이 보수 진영에 부여한 새로운 응집력과 활력은 중간선거 승리를 향한 강력한 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