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서 연설하는 트럼프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2019년 이후 6년 만에 오른 유엔 총회 연단에서 이례적으로 북한을 전혀 언급하지 않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집권 2기 들어 처음으로 나선 이번 유엔총회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한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주요 현안이었던 북핵 문제나 북한 체제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일체 삼가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인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연속 유엔 총회 연설에 나섰으며, 이 중 세 차례는 북한을 비중 있게 다뤘다.

2017년 유엔 데뷔전에서는 북한 김정은을 '로켓맨'으로 지칭하며 북한 '완전 파괴' 가능성까지 언급해 북미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2018년에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확연히 달라진 북미 관계를 반영하며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 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고 평화적 해결 의지를 밝혔다.

'하노이 노딜'(2019년 2월)에도 불구하고 북미 대화가 진행 중이던 2019년에는 북한이 엄청난 잠재력으로 가득 차 있다고 상기시키며 비핵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화상 연설을 진행했을 당시 처음으로 북한을 언급하지 않았으며, 당시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처한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5년 만(현장 연설 기준으로는 6년만)에 유엔총회 연설에 다시 나선다는 점에서 북한 언급 여부가 주목받았으나, 1시간에 달하는 연설에서 북한은 한 차례도 거론되지 않았다.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세계 1위의 테러 지원국이 가장 위험한 무기(핵무기)를 갖도록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음에도 북핵 위협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단순히 '미국 우선주의'를 강조하는 데 연설의 주안점을 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는 시기에 일단 신중한 기조를 유지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김정은과 직접 만나고 싶다는 뜻을 피력해왔다.

특히 지난달 25일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도 "김정은과 나는 매우 좋은 관계를 가졌고 여전히 그렇다"며 올해 만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진 김정은의 21일 최고인민회의 회의 발언에서 "미국이 북한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면 북미 대화를 할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고 언급해, 비핵화 목표에 대한 양측 입장 차는 여전히 존재하나 대화 재개에 대한 긍정적인 의사가 상호 확인되면서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르면 오는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나 트럼프 대통령의 내년 초 방중이 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엔총회서 연설하는 트럼프.사진=연합뉴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자신의 경제 정책 성과를 설명하며 한국을 성공적인 무역 협상국의 사례로 거론했다.

그는 "내 행정부는 영국, 유럽연합, 일본, 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수많은 국가와 역사적인 무역 합의를 잇달아 성사시켰다"고 밝혔다.

현재 한미 합의 사항의 일부인 한국의 대미투자금 집행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제기되고 양측 간 후속 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합의를 자신의 '관세 정책'이 성과를 거둔 사례 중 하나로 표현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