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癌) 관련 언론 보도의 과장과 선정성이 환자와 가족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국내 최초로 ‘암(癌) 보도 권고 가이드라인(초안)’을 마련해 근거 중심의 균형 잡힌 보도를 촉구했다.
지난 1998년 5월 뉴욕타임스는 하버드 의대 연구팀의 신생혈관 차단 약물 연구를 “암(癌) 정복의 희망”으로 보도하며 큰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제임스 왓슨 박사는 “2년 안에 암(癌)이 정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쥐 실험 단계였던 연구가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해 비판을 받았고, 뉴욕타임스는 결국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사례는 과장된 보도가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희망과 혼란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일부 보도는 ‘기적’, ‘완치’ 같은 선정적 표현이나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 민간요법을 효과적인 치료법처럼 다룬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은영 이사는 “의사의 말보다 기사 한 줄이 암(癌) 환자와 가족에게 더 큰 영향을 줄 때가 많다”며 “새 치료법으로 즉시 치료받을 수 있다는 오해를 주는 보도는 위험하다”고 밝혔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의 가이드라인은 10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첫째, ‘근거 중심 보도’를 최우선으로 삼아 동물실험과 인체 임상시험의 차이를 명확히 밝히고, 연구 규모와 논문 게재 여부를 구체적으로 언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 치료법·신약 보도 시 효과뿐 아니라 부작용, 한계, 비용, 승인 여부를 균형 있게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특정 환자 사례의 일반화 여부, 통계·위험도 정확성, 전문가의 이해관계, 민간요법 보도의 의학적 경고 포함 여부, 암 관련 정책의 환자 중심성 등을 점검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국립암센터 양한광 원장은 “환자와 국민이 가이드라인을 활용해 보도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의료인도 가이드라인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암학회 라선영 이사장은 “가이드라인이 정착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만, 암학회와 환자단체 등이 협력해 보도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암(癌)은 국내 사망원인 1위로, 전체 사망자의 25퍼센트(%)가 암(癌)으로 사망한다.
현재 암(癌) 환자 및 생존자는 258만 명, 매년 신규 암(癌) 진단자는 28만 명에 달한다.
국민 20명 중 1명이 암(癌) 환자인 상황에서, 언론은 환자 중심의 균형 잡힌 보도로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