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선서 걸린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부조직법 통과로 인해 검찰청이 폐지되며 내년 9월부터는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과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를 전담하게 된다.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사진=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파견된 검사 전원이 검찰청 폐지에 반발하며 원대 복귀를 요청하고 나섰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도 이를 지지하고 현 정부의 검찰 개혁 방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검찰 내 동요가 격화되는 양상이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 결국 최종 버팀목이 될 국민 여론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민중기 특검팀 검사들, 검찰청 폐지에 반발하며 원대 복귀 요청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를 역임했던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김건희 특검팀 검사들의 성명 전문을 게시하며 "파견 검사들의 복귀 요청을 환영하고 지지한다.
법무부와 특검의 신속한 복귀 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공 검사는 "민중기 특검이 특검법 취지와 내용을 고려할 때 성공적인 공소 유지를 위해 수사한 검사들이 기소와 공소 유지에도 관여할 필요가 있다고 하셨다고 한다"며 "특검을 제외한 모든 사건에 대해서는 성공적인 공소 유지가 필요 없다는 것이 최근 통과된 법안의 입법 의도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글에는 파견 검사들의 성명 발표에 공감하며 적극 지지한다는 일선 검사들의 댓글이 다수 이어졌다.
한 부장검사는 "특검 파견 검사들의 뛰어난 역량을 특정 사건이 아닌 민생 사건에 투입해 일반 국민들에게 돌려드릴 때"라며 "당장 피해를 보고도, 혹은 억울하게 고소당하고도 사건 처리가 되지 않아 억울한 처지에 놓인 국민들이 많다"고 적었다.
◆ 장진영 부장검사, 법무부 장관 향해 강도 높은 비판 제기
장진영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장 또한 이날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향해 "특검 수사를 더럽히는 파견 검사들을 당장 일선으로 쫓아내 달라"며 "악의 축인 검사들을 용납할 수 없어 검찰청을 폐지했는데 그 악의 축인 사람들이 지금 특검에 파견을 가 있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장 부장검사는 "검찰청은 갓 들어온 신임 검사들, 수사 경험이 많지 않은 저연차 검사들, 야근을 밥 먹듯이 해 병든 고연차 검사들이 군집의 주를 이루고 있다"며 "모두 하나의 인격체로서 연좌제급 무한 연대 책임을 지는 악의 집단이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특검에 파견 가 수사를 할 자격이 있는 검사는 임은정 검사장이 유일할 것"이라며 "유일하게 악의 집단에 속하지 않은 임은정 검사장을 파견해 수사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게 해 달라"고 덧붙였다.
◆ 검찰개혁 모순 지적 속 선택적 수사권 논란 가열
이처럼 검찰 내부에서는 검찰개혁의 가장 큰 명분이자 개정 정부조직법의 핵심인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특검에만 예외로 둬 검사가 직접 수사는 물론 기소와 공소 유지까지 도맡도록 허용하는 것이 모순이라는 지적이 많다.
검찰 '강력통'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이는 혹은 움직일 것 같은 기관의 검사에게는 수사권을 유지해주고 독립적으로 수사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검사의 수사권은 박탈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이는 검찰개혁이 아니라 선택적 수사권 배분을 통한 검찰권 장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김건희 특검팀 파견 검사들의 성명은 일선 검사들이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에 맞선 사실상 첫 집단행동인 만큼 향후 검찰 내부 반발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 저연차 평검사까지 "검찰 악마화 말라" 비판 가세
수사 업무 최전선에서 근무하는 저연차 평검사들이 직접 검찰 개혁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사례도 늘고 있다.
광주지검 형사1부 소속 최정훈 검사는 전날 밤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검사 선서를 읽으며 정의롭게 일하겠다는 다짐을 했는데, 내 잘못이 아닌 일로 함께 욕을 먹고 부패한 세력으로 매도된다"며 "검찰 구성원 전체를 악마화하지 않는 '선한 개혁'이 되길 바란다"고 적었다.
최 검사는 또한 "실질적으로 일하는 검사들의 수가 적어 검사 1명당 소화해야 하는 사건 수가 매우 많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사건 관계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며 "경찰 송치 기록을 보면 이대로 기소할 수 없는 경우가 많은데 매일 배당되는 미제를 처리하다 보면 보완수사요구 기한 한 달이 금방 다가온다"고 토로했다.
◆ 내란 특검팀 등 다른 특검팀으로 반발 확산 조짐
일각에서는 김건희 특검 내 파견 검사들의 반발 기류가 내란 특검팀과 순직해병 특검팀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내란 특검팀 파견 검사들도 최근 검찰청 폐지와 관련한 입장을 정리하고자 회의를 연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검사들은 원대 복귀를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고 한다.
박지영 내란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해 "파견 검사 중 일부가 논의한 것은 맞지만 외부로 의견 표명을 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하루빨리 진상을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수사와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집단 성명 적절성 논란 및 확산 한계론 제기
다만, 한편에서는 특검 파견 검사들의 이러한 집단 성명이 적절치 않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김건희 여사 사건의 경우 검찰의 잇따른 무혐의 처분으로 인한 정치적 편향성 논란이 특검 출범의 명분으로 작용한 상황에서, 수사 검사들이 자성이 아닌 반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한 부장검사는 "내부에서도 의견이 하나로 모이지 않고, 징계 위험성에 대한 두려움도 커 집단 반발이 확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