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는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가 직면한 위기를 여실히 드러냈다.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입법부 중심주의적 태도를 ‘나치(Nazi)식 발상’이라 비판하며, 선출된 권력이 모든 것을 좌우할 수 있다는 오만이 독재로 이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이는 단순히 격앙된 정치 공방을 넘어,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지는 법치주의 훼손 논란의 본질을 꿰뚫는 일침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 '선출된 권력 만능론'의 섬뜩한 그림자

신동욱 최고위원은 현재 이재명 대통령이 다섯 개의 재판을 받다 정지된 상황에 대해 “이거 지금 제대로 된 나라 맞습니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선출된 권력은 모든 것에 우위에 있다”는 주장이 “나치가 했던 말과 똑같은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는 단순히 감정적인 비난이 아니다. 나치 정권은 ‘수권법’이라는 입법 행위를 통해 모든 권력을 장악했고, 그 결과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으로 기록되었다.

민주주의는 선출된 권력이라 할지라도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대원칙 위에 세워져 있다.

입법부가 행정부와 사법부를 제어하려 드는 모습은 바로 이 원칙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행위이며, 민주주의의 본질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선출’이라는 가면 아래 ‘절대 권력’을 추구하는 것은 독재의 전형적인 모습임을 역사는 끊임없이 경고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사진=연합뉴스


◆ 사법부 독립에 대한 노골적인 위협

법사위 회의에서는 민주당 법사위원장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물러나라", "탄핵하겠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에 대한 신동욱 최고위원의 강력한 비판이 이어졌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상고심을 속전속결로 처리한 조 대법원장의 태도를 비판하면서도, 입법부가 사법부 수장의 거취를 마음대로 좌우하려는 행태는 권력분립 원칙의 명백한 훼손이라고 지적했다.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대법원장 임명권과 함께 임기 보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현 상황을 ‘전제본건(專制本權, 독재적 지배 형태의 기본 권력 구조) 국가’에 비유하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국회가 “헌법에도 없고 규정에도 없는 이상한 재판부”를 만들어 입법부 마음대로 재판관을 선정하려는 시도 또한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사법부 독립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다.

이를 훼손하려는 시도는 민주주의 자체를 흔드는 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 경신한 박수민 의원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이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수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위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를 하고 있다. 지난 해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15시간50분간 반대토론을 해서 필리버스터 최장 기록을 세웠던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기록을 깨고 16시간 넘게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도를 넘어선 정치 혐오 발언과 국회의 품격

신동욱 최고위원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필리버스터(filibuster) 남발 방지법 발의를 예고한 것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표했다.

신 최고위원은 "악법을 마음대로 통과시키는 데 방해된다고 해서 야당이 가진 마지막 무기마저 없애겠다는 것은 의회도 통째로 들어먹고 일당독재로 가겠다는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필리버스터는 소수 야당이 의회 다수당의 독주를 견제하는 합법적인 방어 수단이자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장치다.

이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의회의 견제와 균형 기능을 약화시키고, 결국 의회 민주주의 자체를 형해화시킬 수 있다.

이러한 행위들은 국민에게 깊은 절망과 불신을 안겨줄 뿐이며, 국회의 품격을 추락시키는 것은 물론, 민주주의의 근간마저 흔드는 폭거라 할 수 있다.

국회의사당 전경.사진=더프리덤타임즈


◆ 법치주의 위기 앞에서, 국회의 본분을 묻다

지금 대한민국은 ‘내란 전담 재판부’ 추진이라는 논의까지 벌어지는 등 법치주의와 권력분립의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선출된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정당화하려는 태도는 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은 잠시 멈춰 서서 ‘무엇이 옳은가’를 진지하게 자문해야 한다.

헌법적 가치를 바로 세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통합으로 가는 길이며, 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는 역사의 후퇴를 목도하게 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