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채널 A 캡처


지난 7월, 캄보디아에서 20대 한국인 대학생 A씨가 대포통장 모집책의 꾀임에 넘어가 현지에서 고문당해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사망진단서에는 '고문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이 사망 원인으로 명시되었고, 비극적인 죽음 뒤에도 A씨의 시신은 두 달째 캄보디아 현지에 방치된 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잔혹한 국제 조직범죄에 젊은 생명이 희생되고, 심지어 그 시신조차 수습이 지연되는 이 참담한 현실은 ‘자유 대한민국의 국민 안전’ 시스템에 심각한 빨간불이 켜졌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별 범죄를 넘어 우리 정부의 안이한 재외국민 보호 시스템과 대처 방식이 낳은 심각한 국가적 위협임을 지적하며, 정부의 즉각적이고 전방위적인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번 A씨 피살 사건은 이미 오래전부터 경고음이 울렸던 국제적인 범죄의 민낯을 다시 한번 드러낸 것이다.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한국인 젊은이들을 유인, 불법 온라인 도박이나 보이스피싱 조직에 감금하고 착취하는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포통장'은 범죄 조직의 핵심 자금 통로이자 동시에 젊은이들을 위험한 늪으로 끌어들이는 치명적인 미끼로 작용한다. 경찰이 대포통장 모집책 일부를 국내에서 검거했지만, 이미 A씨의 사망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비극이 발생한 후에야 이뤄진 '사후 약방문' 식의 조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A씨 가족은 한국계 중국인(조선족) 말투를 쓰는 협박범에게 5천만 원이 넘는 돈을 요구받고 경찰과 외교부에 신고까지 했음에도, 결국 A씨는 잔혹한 고문 끝에 생을 마감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임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특히 치안과 사법 시스템이 불안정한 지역에서 대한민국 국민이 극한의 고통 속에 죽음을 맞고 시신조차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현실은 우리 정부가 얼마나 안일하게 재외국민 보호에 접근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부와 외교 당국이 재외국민 보호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을 전환하지 않는다면, 이 경고등은 제2, 제3의 A씨 희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제 말뿐이 아닌 전방위적인 대응이 시급하다. 첫째, 국제 조직범죄에 대한 수사 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국제 공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대포통장 모집부터 현지 감금, 폭력 행사까지 연계된 국제 범죄망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캄보디아 등 현지 사법 당국과의 긴밀하고도 상시적인 국제 공조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이를 위한 적극적인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인력과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 둘째, 해외 취업 사기와 대포통장의 위험성에 대한 국민 교육과 경각심 고취 노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특히 단기 고수익 유혹에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젊은 세대에게 그 위험성을 상시적으로 경고하고, 정부와 경찰의 실효성 있는 예방 캠페인을 전개하여 범죄에 유인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셋째, 위기 상황에 처한 국민과 그 가족을 위한 긴급 대응 및 사후 지원 체계를 고도화해야 한다. 시신 송환 지연과 같은 납득할 수 없는 행정 지연이 재발하지 않도록 외교 당국의 위기관리 매뉴얼을 재점검하고, 현지 대한민국 재외공관의 위기대응 역량을 대폭 강화하며, 유족들에 대한 심리적, 법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이번 한국인 대학생 사망 사건은 단순한 개별 범죄가 아닌, 자유 대한민국의 국민 보호 시스템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과 개선을 요구하는 국가적 비극이다. 정부는 더 이상 말뿐인 '국민 안전'을 외치지 말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철저히 보호하는 강력한 의지를 즉각적인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이다. 이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책무를 방기했다는 국민적 비난을 면치 못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