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선박에 물대포 쏘는 중국 해경선.사진=필리핀 해안경비대/연합뉴스
영유권 분쟁 해역인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경선이 필리핀 선박을 고의로 들이받았다는 필리핀 해양경비대의 주장이 12일(현지시간) 제기되며 역내 긴장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필리핀은 중국 해경선이 자국 선박에 물대포를 발사한 직후 의도적인 충돌을 유발했다고 비판한 반면, 중국은 필리핀 선박의 불법 침입과 위험 운항이 사고의 원인이라며 모든 책임이 필리핀 측에 있다고 강력히 반박했다.
이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양국 간의 갈등이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며 국제사회의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AFP·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해양경비대는 이날 오전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경선이 필리핀 선박을 향해 물대포를 쐈다고 밝혔다.
이어 필리핀 해경은 "3분 뒤 같은 (중국) 해경선이 고의로 필리핀 선박 앞쪽을 들이받았다"며 "선체에 경미한 손상이 발생했으나 부상자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필리핀 해경은 충돌 위치가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필리핀명 칼라얀군도)의 티투 섬(중국명 중예다오·필리핀명 파가사 섬) 인근이었다고 설명했다.
필리핀의 입장에서 티투 섬은 남중국해에서 가장 중요한 전초기지이며 이 섬을 통해 중국군 움직임을 감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 해경이 공개한 사진과 영상에는 물대포를 쏘는 중국 해경선이 필리핀 선박을 따라다니는 모습이 담겼다.
필리핀 해경은 "이런 (중국의) 행동은 분쟁 중인 남중국해의 긴장감을 높이는 명백한 위협"이라며 "이 같은 횡포와 공격적 행동에도 우리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중국은 자국 해역에 필리핀 선박이 불법으로 침입해 대응했으며, 선박 충돌은 필리핀 측이 야기했다며 필리핀의 주장을 반박했다.
류더쥔 중국 해경 대변인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필리핀의 3002·3003호 공무선이 중국 난사군도 톄셴자오 부근 해역에 중국 정부 허가 없이 불법 침입했다"고 주장했다.
류 대변인은 "오전 9시 19분 필리핀 3003호가 여러 차례 엄정 경고를 무시한 채 정상적으로 권익 수호·법 집행 중이던 중국 해경 21559정에 위험하게 접근해 충돌을 일으켰고, 그 책임은 완전히 필리핀 측에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해경은 법에 따라 필리핀 선박에 통제 조치를 하고 단호히 퇴거했고 현장 조치는 합법적이었다"고 강조했다.
류 대변인은 톄셴자오를 포함한 난사군도와 그 부근 해역에 대해 중국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주권을 갖고 있으며, 중국 해경은 법에 따라 중국 관할 해역에서 앞으로도 권익 수호와 법 집행 활동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리핀 선박에 물대포 쏘는 중국 해경선.사진=필리핀 해안경비대/연합뉴스
중국 해경은 지난 9월 중순에도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岩島) 인근에서 필리핀 어업·수산자원국 선박을 향해 물대포를 쏴 이 선박에 타고 있던 1명이 다친 바 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스카버러 암초 인근에서 필리핀 해경선을 추격하던 중국 해경선이 무리한 운항을 하다가 자국 군함과 충돌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약 90퍼센트(%)에 관한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필리핀을 비롯해 베트남, 대만,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미국의 동맹국인 필리핀은 2022년 마르코스 대통령이 집권한 뒤 전임 정권의 친중 노선을 뒤집었고, 남중국해 영유권을 지키기 위해 관련 법까지 제정하며 중국에 강하게 맞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