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정법원·서울행정법원.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희소 신경질환인 길랭-바레 증후군 등으로 추정되는 장애가 발생한 20대 남성에게 정부는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은 질병관리청의 피해보상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고 보았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양순주 부장판사)는 20대 남성 A씨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낸 '예방접종 피해 보상 거부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는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의심되는 희귀 질환 발생에 대해 정부가 보상을 거부한 것이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다.

A씨는 2021년 3월 4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받은 후 발열, 구토, 근육통 등 이상 반응을 겪었다. 이후 그는 급성횡단성척수염 등의 임상적 추정 진단을 받고, 최종적으로 길랭-바레 증후군 소견을 받은 바 있다.

A씨는 이에 대한 피해 보상을 신청했으나,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관련 심의기준상 '백신과 이상 반응의 인과성에 대한 자료가 충분하지 않으므로(4-1 범주)'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다만, 관련성 의심 질환 지원사업 대상에 해당한다며 진료비 2천654만원만 지원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A씨의 장애 등은 코로나 예방접종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질병관리청의 보상 거부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인과관계를 추단하기 위해서는 예방접종과 장애 등의 발생 사이에 시간적 밀접성이 있고, 피해자가 입은 장애 등이 예방접종으로부터 발생했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지 않으며, 장애 등이 원인 불명이거나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정도의 증명이 있으면 족하다'는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다.

재판부는 백신 접종 약 10시간 후부터 증상이 시작되어 시간적 밀접성이 인정되고, 접종 시 해당 증후군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논문 등에 비춰 A씨 장애가 백신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불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한 A씨가 접종 당시 25세의 젊은 남성으로 신경학적 증상을 호소한 적이 없었고, 그가 작업치료사로 근무하던 병원에서 예방접종을 받아 국가 방역수칙에 적극 협조했다가 장애가 발생했다는 사실도 고려되었다.

법원은 질병관리청의 예방접종 피해보상 심의 기준 적용상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심사기준이 4-1 범주에 대해 인과관계를 일률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대법원 판시사항의 오독에서 비롯된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며 "오히려 국내·외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통계적 연관성 등 인과성의 가능성을 제기한 관련성 의심 질환에 대해서는 인과관계가 추단된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