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3일 정부 자산 매각을 전면 중단하고, 현재 진행 또는 검토 중인 자산 매각은 전면 재검토 후 시행 여부를 재결정하도록 각 부처에 긴급 지시했다고 최휘영 정부 대변인 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밝혔다.
이는 국가 자산이 헐값에 매각된다는 우려가 제기된 데 따른 조치로 분석된다.
◆ 이재명 대통령, 불필요 자산 외 매각 자제 및 국무총리 사전 재가 지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불필요한 자산을 제외한 매각은 자제하되, 부득이 매각이 필요한 자산을 매각하는 경우 국무총리의 사전 재가를 받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번 지시는 최근 국정감사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의 자산 매각 과정이 도마 위에 올랐던 점이 주요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달 23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캠코 대상 국정감사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 등을 중심으로 "실제 자산의 판매 가격이 감정가에 못 미치는 사례가 매년 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 윤석열 정부 '국유재산 매각 지시' 이후 '헐값 매각' 급증…국정감사 도마에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2년 취임 이후 공공기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활용도가 낮은 국유재산을 매각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민주당 박민규 의원이 캠코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매각 건수는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1백45건과 1백14건이었다.
그러나 2023년에는 3백49건, 지난해에는 7백95건까지 치솟아 매각이 크게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감정가보다 낮은 금액에 낙찰된 사례는 2022년 5건이었지만, 2023년 1백49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4백67건까지 급증했다.
전체 매각 건수에서 '낙찰가율 100퍼센트(%) 미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4.4퍼센트(%)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58.7퍼센트(%)로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 기획재정부 브리핑 연기, '긴급 공지' 이례적 방식 두고 '전임 정권 비리' 추측도
이날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은 기자단에게 보낸 공지를 통해 "국가의 자산이 헐값에 매각된다는 우려가 국정감사나 언론 보도를 통해 제기된 바 있다"며 이러한 배경에서 긴급 지시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또한 담당 부처에서 신속히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 역시 "캠코뿐 아니라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 등에서 이 같은 부실 매각이 벌어졌을 가능성이 있다"며 "광범위하게 문제를 점검하고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애초 국유재산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4일 오전 10시 이번 긴급 지시의 배경을 브리핑하겠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오후 9시 30분경 기획재정부는 "기존 매각절차 전반에 대한 점검 등 여러 가지를 살펴본 뒤 추후(3일 후쯤) 설명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며 브리핑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각 부처별로 분산된 국유 재산 현황을 점검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최소 사흘 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는 정부 자산 매각에 대한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문체부 장관이 정부 대변인 자격으로 대통령의 지시를 '긴급 공지'한 것 자체가 제도 개선이라는 사안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긴급'을 요하는 대통령의 지시 사항으로 공지한 것을 놓고 재정 분야의 구조적인 이슈를 넘어, 전임 정권의 중대한 비리와 관련된 특정 사안이 확인된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