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왼쪽)-유동규.사진=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연루된 민간업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한 1심 재판부가 판결문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390여 차례 언급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공모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이하 공사) 전 기획본부장 등 5명에 대한 판결문에서 대장동 개발사업 당시 공사와 민간업자들 간의 유착 관계를 상세하게 설시했다.

◆ 재판부, 이재명 대통령 공모 판단 유보 이유 밝혀

재판부는 판결문 초반 주석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과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배임 사건 재판은 별도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법정에 출석해 증언한 사실이 없으며, 정진상 전 실장은 이 법정에 출석했으나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고 재판부는 언급했다.

이에 따라 이재명 대통령과 정진상 전 실장이 피고인들의 배임 범행에 공모하거나 가담했는지 여부에 관한 설시는 기재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엑스(X, 구 트위터) 캡처


◆ 이재명 대통령 재선과 민간업자들의 유착 배경

재판부는 민간업자들이 2014년 6월 이재명 대통령의 성남시장 재선에 도움을 준 것을 계기로 공사가 이들에게 특혜를 제공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민간업자들의 기여 사실은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보고되었을 것으로 보았다.

재판부는 민간업자들이 주민들을 시위에 동원하거나, 시의원들을 상대로 로비하는 등의 방법으로 성남시의 공사 설립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성남시장 선거 과정에서도 선거운동에 참여하거나 선거자금을 제공하는 등으로 이재명 시장의 재선을 도왔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사실은 유동규 전 본부장을 통해 정진상 전 실장 등 성남시 수뇌부에도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재판부는 덧붙였다.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1심 판결.사진=세계일보 캡처


◆ '이재명 측근'과 민간업자들의 유착 관계 및 금품 수수 인지 부정

재판부는 유동규 전 본부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성남시장 재선 과정에서 민간업자들이 기여한 점과 자신 등에게 지속적으로 금품을 제공한 데다 김만배 씨가 추가로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기로 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김만배 씨 등 민간업자들을 민간사업자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재명, 정진상 등 성남시 수뇌부는 유동규로부터 남욱, 정영학 등 민간업자들이 환지 방식으로 진행하면서 자신들이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자가 되기를 원한다는 사실과 김만배 씨가 남욱, 정영학 회계사를 돕는 사실, 김만배 씨,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민간업자들이 이재명 시장의 재선을 도와준 사례 등을 모두 보고받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재판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는 정진상 전 실장과 김용 전 성남시의원과 민간업자들 간의 유착 관계에 대해서도 명시했다.

재판부는 "유동규, 정진상, 김용은 2014년 6월 하순경 김만배 씨와 의형제를 맺는 등 민간업자들과 유착 관계를 더욱 공고히 했다"며 "김만배 씨는 유동규에게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편의 제공의 대가로 2014년 성남시장 선거 과정에서 교부한 금품 외에도 자신의 지분 절반 정도를 제공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했고, 유동규는 이런 제안을 정진상에게 보고했다"고 덧붙였다.

눈 지그시 감는 정진상 실장.사진=연합뉴스 제공


특히 정진상 전 실장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언급하며 성남시 직원들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모든 문건에 대해 사전에 정진상 전 실장의 결재를 받아야 했고, 성남시 공무원들은 정진상 전 실장의 말을 곧 이재명 대통령의 말이라고 여길 정도로 둘 사이가 매우 친밀한 관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민간업자들도 정진상 전 실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으로 성남시의 유력 인사라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며, 대장동 개발사업이 수월하게 진행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정진상 전 실장에게 접대하는 등 유착 관계를 형성해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유동규 전 본부장이 민간업자들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사실을 이재명 대통령이 인지했는지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재판부는 "이재명 대통령은 유동규 등이 민간업자들로부터 금품 내지 접대를 받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유동규, 정진상 등과 민간업자들의 유착 관계가 어느 정도 형성됐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수용 방식으로 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물론 민간업자들이 공사 설립이나 성남시장 재선 과정에서 큰 도움을 준 사실은 보고받아 알았을 것으로 보이나 유동규, 정진상과 달리 수용 방식 결정 무렵까지 민간업자들로부터 직접적으로 금품이나 접대를 받았다는 증거는 없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 이재명 형사재판 중단 언급 및 공사 피해 회복 지연 우려 표명

재판부는 김만배 씨에게 428억원의 추징을 명령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형사재판 등으로 인해 공사의 피해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민간업자들과 성남의뜰, 이재명 대통령, 정진상 전 실장 등을 상대로 사해행위취소 소송이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현재까지 1회 변론기일도 잡히지 않는 등 진척이 없는 상태다.

재판부는 "대장동 사업 진행 중 있었던 업무상 배임 관련 이재명, 정진상 형사 재판은 계속 진행 중이고 그마저도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절차 진행이 중단된 상태"라며 "공사가 대장동 관련 형사소송 결과가 모두 나온 뒤에 민사소송 절차를 통해 피해를 회복하는 건 심히 곤란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뒤늦게나마 피해 회복 과정에 국가가 개입해 범죄 피해재산을 추징한 다음, 이를 다시 피해자에게 환부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신속한 피해 회복을 도모할 필요성이 크다"며 김만배 씨에게 428억원을 추징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