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기독교 박해 방지' 군사작전 경고에 비상이 걸린 나이지리아.사진=연합뉴스
볼라 티누부 나이지리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테러 작전 의지에 대해 "미국이 영토 보전을 인정하는 한 지원을 환영한다"는 원칙적 지지를 표명했다.
티누부 대통령은 이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러한 입장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나이지리아의 기독교 박해 방관 시 군사작전을 벌일 수 있다고 경고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티누부 대통령은 또한 "두 정상이 마주 앉을 때까지 테러에 맞서 싸우겠다는 공동의 의지에 따라 더 나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TruthSocial)을 통해 "나이지리아 정부가 기독교인 살해를 계속 허용한다면 미국은 나이지리아에 모든 구호와 지원을 즉각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이런 끔찍한 잔혹 행위를 저지르는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이 망신스러운 나라에 '총을 쏘며'(guns-a-blazing) 들어갈 수도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나이지리아를 중국, 이란, 북한, 러시아 등과 함께 종교의 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지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31일 나이지리아의 지정 사실을 밝히며 "나이지리아에서 기독교가 존망의 위협에 직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이지리아 사정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나 실태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차이를 보이고 있다.
비영리 연구기관인 '무력충돌위치·사건자료 프로젝트'(ACLED)는 나이지리아의 테러가 기독교에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ACLED에 따르면, 올해 나이지리아에서 발생한 민간인 공격은 1천923건이며, 이 중 기독교가 종교적 표적이 된 사례는 50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래드 서워트 ACLED 아프리카 선임 분석관은 로이터 통신에 "보코하람이나 이슬람국가(IS, Islamic State) 서아프리카 지부 등 반란 세력이 간혹 반기독교 공세를 벌이지만 실제로 저들은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행사해 전체 공동체들을 파괴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나이지리아의 이슬람 극단주의 폭력이 정치적 권력 투쟁, 토지를 둘러싼 분쟁, 인종 간 불화, 종파 간 갈등, 무장강도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힌 역학관계의 일부라는 설명이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Central Intelligence Agency) 세계연감에 따르면, 나이지리아의 인구는 2억3천670여만명이며 이들 중 무슬림은 53.5퍼센트(%), 기독교인은 45.9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는 종교의 자유와 관용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나이지리아 북부에는 무슬림, 남부에는 기독교인이 인구 대다수를 이루는데, 극단주의 폭력은 주로 무슬림이 대다수인 동북부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테러 군사작전을 강행할 경우 현실적으로 나이지리아 정부를 배척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나이지리아의 넓은 영토에 산재한 무장세력을 찾아 표적으로 삼으려면 나이지리아 정부와의 공조가 필수적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나이지리아와 국경을 맞댄 니제르에 주둔한 병력을 작년에 철수시킨 까닭에, 군사작전 수행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평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