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사진=연합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지난 8년간 인건비 6천억원을 과다 편성하여 운영했다는 국민권익위원회(ACRC, Anti-Corruption and Civil Rights Commission)의 발표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으며, 이로 인한 후폭풍으로 젊은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9일 전해졌다.

고물가 속 꼬박꼬박 보험료를 납부하는 국민들은 건보공단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배신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건보공단의 6천억원 인건비 과다 편성은 기형적인 인력 구조에서 비롯됐다.

공단은 고위직(1~4급) 정원은 많고 실제 현원은 적으며, 하위직(5~6급)은 정원보다 현원이 많은 구조를 악용했다.

예산 편성 시 고위직 임금을 기준으로 청구한 뒤, 실제로는 낮은 급여를 지급하고 남은 예산을 전 직원의 임금을 인상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명백한 규정 위반이자 편법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이러한 편법 사용의 배경에는 건보공단의 비정상적으로 낮은 임금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외부에서 흔히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이미지와 달리, 건보공단은 내부적으로 심각한 저임금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건보공단의 평균 임금은 전체 129개 공공기관 중 108위에 그쳤다.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국민연금공단(NPS, National Pension Service)이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HIRA, Health Insurance Review and Assessment Service)보다도 턱없이 낮은 수준이었다.

과거 재정 위기 시절 임금 동결과 구조조정을 감내했던 후유증이 현재 사태로 이어진 셈이다. 이로 인해 이번 인건비 편법은 비정상적으로 낮은 임금을 현실화하기 위한 '절박하지만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해결 방식에서 발생한다.

정부는 잘못 집행된 인건비를 환수하겠다며 향후 건보공단 예산 삭감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임금 파티'의 주된 수혜자가 이미 두둑한 퇴직금을 받고 공단을 떠난 당시 고위직에 있던 베이비붐 세대들이라는 점에서 모순을 발생시킨다.

정작 삭감된 월급명세서를 받아야 하는 대상은 당시 입사하여 인건비 편법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20~30대 젊은 직원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

건보공단 내부망에는 "선배들이 벌여놓은 잔치판의 설거지를 왜 우리가 독박 써야 하느냐"는 젊은 직원들의 절규가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내가 받지도 않은 돈을 평생에 걸쳐 갚아야 한다'는 억울함은 단순한 불평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잘못된 관행은 바로잡아야 하는 것이 마땅하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6천억원 편법 집행은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정의 구현'이라는 명분 아래 애꿎은 하위직 직원들만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또 다른 불공정이라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숫자에만 매몰된 기계적인 환수 조치보다는 누가 실질적인 이득을 취했는지 명확하게 따져 묻고, 동시에 건보공단의 구조적인 저임금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 고민하는 '정교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적 분노는 잠시 거두고, 이번 '슬픈 잔치'의 진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