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항소 포기' 관련 입장 발표한 정성호 장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한 입장을 밝힌 뒤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대검에 "신중하게 판단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사실을 인정함에 따라 법적 평가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장관은 이 발언이 수사 지휘가 아닌 단순 의견 전달임을 강조했으나, 검찰청법상 법무부 장관의 지휘 권한 해석을 둘러싸고 법조계 안팎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 대장동 항소 '신중 판단' 언급…정 장관 해명과 논란 확산

정 장관은 이날 출근길 약식 문답(도어스테핑)에서 대장동 항소 포기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대검 보고가 왔을 때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량이 선고된 것이 있어 항소를 안 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검찰청에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정 장관은 대검에 관련 지침을 준 바는 없다며 "여러 가지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하라는 정도의 의사 표현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통상 특정 사건에 대해 법무부와 대검 사이에 오가는 의견 교환 혹은 협의 수준의 의사소통이 있었을 뿐, 사실상의 수사 지휘로 해석될 수 있는 지시나 지침은 없었다는 취지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법률가 출신인 정 장관이 실정법 위반으로 비칠 만한 표현이나 언급은 삼가면서도, 검찰 조직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입장을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검찰청법상 '지휘·감독' 범위 놓고 법적 공방

하지만 한편에서는 정 장관의 의견 전달이 개별 사건의 항소 여부에 개입하려 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여전하다.

검찰청법 8조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의 개별 사건 지휘를 제한하고, 필요할 경우 일선 검찰청이 아닌 검찰총장을 통해 지휘하도록 한 것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 조직을 통할하는 법무부 장관의 지위를 고려하면 단순 의견 전달도 사실상 수사 지휘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법적 책임과 정치적 논란을 피하고자 수사지휘권 발동의 형식은 피하면서도, 직접적인 의견 제시를 통해 개별 사건의 항소 여부에 개입하려 했다면 검찰청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해석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이 의견 교환일 뿐 수사 지휘가 아니라고 한다면, 사실상 수사 지휘를 하면서도 협의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며 "그러면 검찰청법상 조항의 존재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지적했다.

◆ '통상적 협의' vs '검찰 독립 침해'…갈리는 견해

반면에 중요 사건의 경우 통상 대검이 법무부에 사건 처리 경과를 보고하고, 상호 일정 부분 협의가 이뤄지는 관례에 비춰 문제될 게 없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 역시 전날 "통상 중요 사건의 법무부 의견도 참고한 뒤 항소 기준과 판결 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지휘권 발동 없이 사건을 지휘한 것이 아니라 단순 참고용 의견을 제공했을 뿐이라는 정 장관의 해명과 맥을 같이 한다.

또한 대검의 지휘에 반하여 서울중앙지검장 전결로 항소를 제기할 수 있었던 정진우 검사장이 최종적으로 항소 불허 결정을 내린 만큼, 규정된 절차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