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로고.사진=연합뉴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Huawei)와 제트티이(ZTE, 중흥통신)를 회원국 5세대(5G) 핵심망과 광대역망에서 단계적으로 배제하는 법적 구속력을 가진 규정을 도입한다.

헤나 비르쿠넨 유럽연합 기술주권·안보·민주주의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5년 전 권고를 법적 규정으로 격상하는 작업을 주도한다.

집행위원회는 회원국이 초고속 인터넷 확대를 위해 설치 중인 첨단 광대역망과 5세대 핵심 인프라에서 중국산 장비 사용을 원천 제한한다.

유럽연합 해외 인프라 투자 프로그램인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 자금 지원 대상에서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는 비유럽연합 국가를 제외한다.

유럽연합은 이미 화웨이와 제트티이를 고위험 공급업체로 지정했다.

통신 인프라 결정권은 각 회원국에 있지만 규정이 채택되면 집행위 보안 가이드라인 준수가 의무화된다.

위반 시 유럽연합 법 위반 절차가 개시되고 재정 제재가 따른다.

◆ 안보 위협 vs 경제 손실 갈등

중국과의 무역·외교 관계가 경색되면서 핵심 인프라가 중국 정부와 밀접한 기업 영향권 아래 놓이는 것은 안보 위협이라는 우려가 유럽연합 내부에서 강하게 제기된다.

토마스 레니에 유럽연합 대변인은 “5세대 네트워크 보안은 유럽연합 경제의 핵심 요소”라며 회원국에 위험 완화 조치를 신속히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스웨덴과 영국은 수년 전부터 중국산 설비 사용을 금지했으나 스페인과 그리스는 여전히 화웨이 장비를 사용한다.

일부 회원국은 통신 인프라 결정권을 유럽연합으로 이양하는 데 반대하고 통신 사업자들은 화웨이 장비가 서방 제품보다 저렴하고 성능이 우수하다는 이유로 반발한다.

◆ 중국 “유럽 자체 손실” 강력 반발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 배제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한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법적 근거와 사실적 증거 없이 행정 수단으로 제한을 강제하고 기업 시장 참여를 금지하는 것은 시장 원칙과 공평 경쟁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린 대변인은 “일부 국가가 중국 통신기업의 질 좋고 안전한 설비를 강제로 뺀 것이 자체 기술 발전을 지체시키고 거액 경제적 손실을 초래했다”며 “유럽연합이 중국 기업에 공평·투명·비차별 경영 환경을 제공하고 투자 의욕을 훼손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회원국 간 이견 조율을 거쳐 조속히 규정 채택을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