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미 양국이 8월과 10월 두 차례 정상회담의 결과를 담아 14일(한국시간) 발표한 한미 공동 팩트시트(Joint Fact Sheet, 공동 설명자료)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동맹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면서도, 핵추진 잠수함(핵잠) 건조 등을 둘러싼 향후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팩트시트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첫 정상회담 이후 전례 없이 늦게 발표되었으나, 양국 동맹의 현안 해결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는 15일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 이후 공동 성명이나 팩트시트가 전례 없이 늦게 나온 상황에서, 양 정상이 자국민에게 공개할 공동 팩트시트를 낸 것은 '일부 안도감'을 주는 일이며 '한미동맹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엘렌 김 한미경제연구소(KEI, Korea Economic Institute of America) 학술부장은 팩트시트에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등에 대한 미국의 지지 표명이 포함된 것을 "새로운 개척"(new breaking ground)으로 평가했다.

김 학술부장은 이러한 합의가 미국이 한국의 원자력 분야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진화하는 전략적 환경 속에서 한국의 강화된 해군력이 양국에 호혜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팩트시트에는 한미의 안보 공조와 관련하여 항행·상공 비행의 자유, 대만해협 평화·안정 유지, 그리고 '북한을 포함한 동맹의 모든 역내 위협'에 대한 억제 태세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엘렌 김 학술부장은 팩트시트에 포함된 이른바 '동맹 현대화' 관련 합의 내용이 "한국이 자체 국방과 지역 안보를 위해 더 많은 책임을 맡아야 함을 의미한다"고 평가하며, 팩트시트가 "동맹의 미래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침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이러한 내용은 미국이 동맹 파트너인 한국에 대해 북한발 위협 억제 이상의 지역 안보 수호 역할을 기대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중을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대사 대리는 이번 팩트시트가 "미국과 한국이 양해하고 합의한 사항을 보다 명확하게 보여준다"며 "무역·투자 합의에 관한 것일 뿐 아니라 한미동맹의 안보 태세와 핵 관련 문제에서도 그러하다"라고 피력했다.

다만, 랩슨 전 대사대리는 팩트시트 일부 분야에서 "여전히 모호하고, 핵심 영역의 실행 세부 계획과 관련해 여전히 많은 것이 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의 문을 열었지만, 높은 비용, (중국·북한의 견제와 같은) 강력한 역내 반응, 핵확산금지조약(NPT, Non-Proliferation Treaty) 관련 고려 사항 등을 감안해가며 그 열린 문을 얼마나 신속히 파고들지 신중하게 평가하는 것은 한국의 몫이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한국의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의) 핵잠 합의에서 상업적·안보적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 방식은 매력적으로 들리는 무엇인가에 대해 먼저 '예스'라고 말한 뒤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것"이라며 핵잠 건조 장소를 포함한 세부 사항을 둘러싼 논의에 진통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화하는 한미 정상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엘렌 김 학술부장은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핵잠 건조 등과 관련한 면밀한 추가 검토와 실무그룹 논의 등에 여러 해가 소요될 수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합의이행에 전념할 것이나 미국 의회와 차기 행정부가 합의를 계속 지지할지는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불확실성을 제기했다.

또한, 앤드루 여 석좌는 팩트시트가 주한미군 주둔을 재확인했으나 현재 약 2만8천500명 안팎인 병력 규모를 언급하지 않은 데 대해 "물론 한국인들은 병력 숫자를 명시하는 쪽에 훨씬 더 편안함을 느끼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경우 주한미군의 역할과 기능이 정확한 병력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다면 구체적인 수치 제시에서 벗어나고 싶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팩트시트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문제를 한국의 미국 무기 구입 확대 및 방위산업 협력 증진과 연결한 것이 흥미롭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전작권 논의에 대해 미국 과거 정권에 비해 더 열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공동 팩트시트는 "양 정상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며 "미국의 지원으로, 한국은 대북 연합 재래식 방위를 주도하기 위한 필수적인 군사적 역량 강화 노력을 가속하기로 약속했다. 여기에는 미국의 첨단 무기 체계 획득과 첨단 무기 체계를 포함한 양자 방산 협력 확대가 포함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한미 간 관세 인하 및 대미 투자 합의와 관련하여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관세를 원래대로 되돌릴 위협은 실질적"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앞으로도 여전히 매우 유동적인 상황"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집권 하에서 한국 및 기타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계속 변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공화당의 최근 지방선거 패배 이후 국민들의 '장바구니 경제'(affordability)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 등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아울러 "연방 대법원이 앞으로 몇 주 안에 (국가별 관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권한을 무효로 한다면 이는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며, 동맹국과 파트너들의 반응도 흥미로울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