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회기동 할머니 장학금' 수여식.사진=경희대/연합뉴스
경희대학교는 22일 이름과 얼굴을 알리지 않은 한 '회기동 할머니'의 소중한 기부금으로 조성된 장학금을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특별한 수여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할머니는 지난 5월 경희대를 직접 찾아 5천만원을 기부하며,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학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기동 할머니 장학금'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학업의 끈을 놓지 않는 학생 50명에게 1인당 100만원씩 지급되어 꿈을 향한 길을 밝혀줄 예정이다.
장학금 수여식은 지난 20일 오후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중앙도서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조리·푸드디자인학과 2학년 최보라 씨가 '회기동 할머니'에게 보내는 감사 편지를 직접 낭독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장학금 기부의 주인공인 할머니는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뭉클함을 더했다.
경희대학교에 따르면 아흔이 넘은 할머니는 지난 5월, 우산을 지팡이 삼아 짚어가며 경희대 본관을 방문해 5만원권 1천장을 신문지로 정성스레 감싸 교직원에게 전달했다.
할머니는 교직원들이 이름을 묻는 질문에도 "동대문구 회기동에 산다"는 말만 남긴 채 자리를 떠났다고 경희대 관계자는 전했다.
경희대에 장학금을 기부한 할머니의 손.사진=경희대/연합뉴스
할머니는 기부 당시 "나는 많이 배우지 못했지만,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공부를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간곡히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희대는 할머니의 깊은 뜻을 따라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학업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꿈을 키워가는 학생 50명을 선발하여 장학금을 전달했다.
장학금 수혜자 중 한 명인 최보라 씨는 과거 등록금과 생활비 문제로 대학을 자퇴하고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으나, 조리 교사의 꿈을 포기할 수 없어 다시 경희대에 입학하여 학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최 씨는 "할머니의 장학금으로 자격증 응시료를 내고 조리복도 새로 살 수 있었다. 무선 이어폰으로 인터넷 강의를 듣고 싶었던 꿈도 이룰 수 있게 되었다"며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펼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의 뜻을 밝혔다.
경희대 관계자는 할머니가 기념 촬영은 물론 모든 예우를 사양하는 등 학교를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오직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고 전했다.
할머니의 순수한 선의가 담긴 '회기동 할머니 장학금'은 단순한 금전적 지원을 넘어, 학생들에게 학업 지속의 용기와 꿈을 향한 희망을 선사하며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경희대는 할머니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그 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