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성중립화장실 ‘모두의 화장실’, 3년째 세금 먹는 하마
지난 19일 학생학부모교사인권보호연대(학인연)가 카이스트 성중립화장실인 ‘모두의 화장실’에 대한 3차 실태조사를 마친 후, 해당 시설의 철폐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이다. 신민향 학인연 대표가 기자회견 중 발언하고 있다. 사진=더프리덤타임즈
학생학부모교사인권보호연대(학인연)는 지난 19일 카이스트(KAIST, Korea Advanced Institute of Science and Technology) IT융합빌딩에 위치한 성중립화장실 ‘모두의 화장실’에 대한 3차 현장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2023년과 2024년에 이어 3년째 진행된 이번 조사를 통해 해당 시설은 심각한 악취와 비위생 상태로 공중화장실의 기능을 상실한 채 국민 세금이 낭비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학인연은 실태조사 직후 IT융합빌딩 앞에서 ‘모두의 화장실’ 철폐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며 카이스트와 관리 당국의 개선을 요구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두의 화장실’은 사용자 없이 방치된 상태였으며, 심한 악취로 인해 화장실 내부에 들어서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 학인연은 전했다.
카이스트는 해당 시설을 공중화장실로 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중화장실등에 관한 법률 제7조(공중화장실등의 설치기준)에 명시된 남녀 화장실 구분을 따르지 않았다.
이는 공공의 이익을 제공해야 할 화장실이 오히려 카이스트의 명성과 시민의 화장실 사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카이스트 성중립화장실 ‘모두의 화장실’, 3년째 세금 먹는 하마
카이스트 ‘모두의 화장실’ 내부에 설치된 기저귀 갈이대 모습이다. 사용 흔적이 거의 없으며, 90도 각도로 제대로 펼쳐지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 위생 상태가 불량하고, 사용 주의 사항 스티커조차 부착되지 않아 사실상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해당 화장실의 기능 상실과 방치 상태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다.사진=더프리덤타임즈
특히 지난 2023년 실태조사와 민원 제기 후 ‘모두의 화장실’에서 여자장애인 화장실로 변경된 4층 화장실은 이번 3차 실태조사까지도 장애인 화장실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휠체어가 진입할 수 없는 좁은 공간에다 변기 등받이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좁은 공간에는 기저귀 갈이대가 그대로 있었으나, 이마저도 90도 각도로 펼쳐지지 않았고 육안으로 보기에도 위생 상태가 불량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불어 기저귀 갈이대에는 사용주의 사항 스티커조차 붙어 있지 않았다. 이는 해당 공간이 애초의 기능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사실상 사용자가 거의 없이 방치되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학인연은 지적했다
한편, 해외에서 ‘모두의 화장실’ 유형에서 성범죄 발생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카이스트 ‘모두의 화장실’ 앞에 부착된 불법촬영 수시점검 안내문만으로는 성범죄를 예방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카이스트 성중립화장실 ‘모두의 화장실’, 3년째 세금 먹는 하마
지난 19일 카이스트 성중립화장실 ‘모두의 화장실’ 3차 실태조사 이후 학생학부모교사인권보호연대가 철폐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모습이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이 ‘성중립화장실 철폐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가운데 이가 신민향 학인연대표이다.사진=더프리덤타임즈
학인연 신민향 대표는 실태조사 후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카이스트가 공중화장실이라고 하면서도 ‘모두의 화장실’은 4층 이상에만 설치되어 일반 공중이 이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황당한 대답을 했다는 것이다"라고 참담한 심정을 밝혔다.
이어 "이는 공중화장실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며, 카이스트에 재학하는 학생들과 근무하는 교수들은 악취 나는 화장실을 계속 이용하라는 말인지 되묻고 싶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다시 강조하지만 카이스트는 국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학교이기에 사용자 없는 모두의 화장실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국민의 세금이 줄줄 새어나가고 있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카이스트 성중립화장실 ‘모두의 화장실’, 3년째 세금 먹는 하마
카이스트 ‘모두의 화장실’ 내부 세면대의 배수구 부분으로, 녹과 오염이 눈에 띄며 위생 관리가 미흡한 상태임을 보여준다. 사진=더프리덤타임즈
공중화장실은 '공중이 이용하도록 제공하기 위하여 국가, 지방자치단체, 법인 또는 개인이 설치한 화장실'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카이스트는 ‘모두의 화장실’이 남녀 구분이 된 화장실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회적 소수자, 임산부, 유아 동반 가족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이용하는 화장실로서 국민 편익 증대에 기여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현장 실태조사에서는 곰팡이 핀 세면대, 적치된 플라스틱 함, 위생 불량 기저귀 갈이대 등이 발견되어 ‘모두의 화장실’이 이름뿐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편, 카이스트 공중화장실을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 대전시 유성구청은 3년째 ‘모두의 화장실’의 악취와 비위생적 상태를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인연 시민단체는 카이스트와 대전시에 지속적인 민원을 제기하며 폐쇄 명령과 개선을 3년간 요구해 왔으며, 해당 시설의 철폐를 위한 공론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시 유성구는 카이스트의 관리 주체로서 ‘모두의 화장실’을 남녀 구분이 된 공중화장실로 개선하도록 행정 지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