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했다가 돌아온 퀸제누비아2호
20일 오전 전남 목포시 삼학부두에서 2만6천t급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가 정박해 있다. 퀸제누비아2호는 전날 신안군 장산면에 있는 족도(무인도)에 좌초됐다가 9시간여만에 입항했다. 이 여객선에 타고 있던 승객 246명·승무원 21명 등 267명 전원 무사 구조됐으나 좌초 충격으로 일부가 경미한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사진=연합뉴스

전남 신안 해상에서 여객선이 좌초한 사고와 관련해, 목포해양경찰서는 운항 중 중대한 과실로 승객들을 다치게 한 혐의(중과실치상)로 퀸제누비아2호의 일등항해사 A씨(40대)와 조타수 B씨(40대, 인도네시아 국적)를 20일 긴급체포했다.

이와 함께 해경은 선장 C씨(60대)도 형사 입건하여 조사 중이다.

사고는 지난 19일 오후 8시 16분께 신안군 장산도 인근 무인도인 족도 위로 퀸제누비아2호가 절반가량 올라타며 좌초하면서 발생했다.

이 여객선에는 당시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 등 총 267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좌초 당시 충격으로 통증을 호소한 승객 30명이 병원으로 분산 이송됐으나,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 조사 결과, 일등항해사 A씨는 휴대전화를 시청하느라 선박의 변침(방향 전환) 시점을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여객선은 사고 지점인 죽도에서 약 1천600미터(m) 떨어진 지점에서 변침해야 했으나, A씨는 무인도를 100미터(m) 앞두고서야 상황을 인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해당 구간은 위험한 협수로였음에도 불구하고 자동항법장치를 수동으로 전환하지 않고 A씨가 다른 일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여객선은 시속 40∼45킬로미터(km)에 달하는 22노트(knots) 속도로 운항 중이었으며, 변침 시점을 지나 2∼3분가량 후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초기 진술에서 조타기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조사에서 "뉴스를 검색하다 조타 시점을 놓쳤다"고 진술을 번복하며 과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A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현장 감식 등을 진행할 예정이며, 사고 여객선이 자력으로 귀항한 점을 고려할 때 선체 결함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무사 구조된 퀸제누비아2호 탑승객들
지난 19일 오후 전남 목포시 목포해양경찰서 전용 부두로 여객선 퀸제누비아2호 탑승객들이 구조돼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이동하고 있다. 267명이 탑승한 퀸제누비아2호는 이날 오후 8시 17분께 전남 신안군 장산도 남방 족도에 좌초됐다.사진=연합뉴스


또한 해경은 A씨와 함께 조타실에 있었던 인도네시아 국적의 조타수 B씨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B씨가 자동항법장치를 수동으로 변환하지 않은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통역사를 통해 조사 중이다.

해경은 긴급체포된 두 사람의 휴대전화를 압수하여 디지털 포렌식(Digital Forensics) 작업을 통해 사고 당시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추가로 확인할 계획이다.

현재 해경은 두 사람에게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보고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한편, 60대 선장 C씨는 사고 당시 근무 시간이 아니라는 이유로 조타실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해경은 선박이 협수로와 같은 위험 구간을 지날 경우 선장이 조타실에서 직접 지휘해야 하는 의무가 있음을 지적하며, C씨를 상대로 사고 당시 행적을 파악하는 등 추가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