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건설현장 불법 하도급 50일간 특별 단속 실시
정부가 건설 현장의 불법 하도급에 대한 집중 단속에 나선 지난 8월11일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건설 현장.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부실시공, 안전사고, 임금 체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건설현장 불법 하도급을 근절하기 위해 이날부터 9월30일까지 관계기관 합동 단속을 실시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1994년 10월 21일 성수대교 붕괴는 수많은 인명 피해와 함께 우리 사회의 '안전 불감증'을 깊이 각인시킨 비극이었다. 당시 정부는 부실 공사와 관리 소홀이 낳은 참사에 대한 반성으로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시설물안전법)을 제정, 교량·터널 등 주요 시설물의 안전 점검을 일정 자격을 갖춘 업체가 직접 수행하고 하도급을 금지하는 등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30년 가까이 지난 오늘, 시설물안전법의 존재 이유를 무색하게 만드는 충격적인 현실이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교량·터널 등 중요 시설물의 안전 진단 용역을 불법 하도급한 업체 26곳과 관계자 40명을 대거 적발하며 우리 사회의 안전 관리 체계가 여전히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음을 경고했다. 이는 단순히 일부 업체의 일탈을 넘어, 지난 참사의 교훈을 망각하고 고질적인 인재(人災)를 반복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행태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적발된 업체들은 2023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이 발주한 안전 진단 용역 1백15건을 발주처 몰래 불법 하도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심지어 3개 업체는 41건을 재하도급하며 불법을 심화시켰고, 무등록 업체가 직접 안전 진단 업무를 수행한 사례도 14건에 달했다. 이들은 지역 사무실을 편법으로 늘려 용역을 최대한 낙찰받은 뒤, 감당할 수 없는 물량을 원가의 60에서 70퍼센트(%) 수준으로 타 업체에 넘겼다. 심지어 불법을 숨기기 위해 하도급 업체 직원을 자사 직원인 것처럼 일시 고용하고, 용역과 무관한 가짜 세금계산서까지 발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오로지 이윤 극대화를 위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철저히 외면한 파렴치한 행위이며, 법의 허점을 악용하고 국민을 기만한 명백한 범죄다.
이러한 부실하고 불법적인 안전 진단은 곧바로 대형 사고로 이어진다. 지난 2023년 분당 정자교 붕괴 사고와 올해 발생한 오산 옹벽 붕괴 사고에서 안전 점검 인원을 허위 기재하거나 하도급이 이루어진 정황이 드러났다. 시설물 노후화와 자연재해를 핑계 삼는 경우가 많지만, 실상은 법적 규제를 무시한 편법과 관리·감독의 부재가 초래하는 명백한 인재(人災)이다. 형식적인 점검과 허위 보고는 '위험 신호'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박탈하며, 결국 막을 수 있었던 참사를 현실로 만든다. 시민들은 매일 이용하는 교량과 도로, 건물 등 생활 시설물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지 못하는 사회에서, 시민의 불안감은 가중될 것이며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은 위협받을 것이다.
경찰은 불법 하도급뿐 아니라 유착 비리 등에 대해서도 강력히 단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당연한 조치이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법과 제도의 미비점을 철저히 보완하고 집행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용역을 발주한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은 더 이상 발주만으로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 없다. 이들은 일차적인 관리 주체로서 불법 하도급을 적발하고 근절할 수 있는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이를 소홀히 한 책임에 대해선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또한 불법 하도급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적발된 업체와 관련자들에게는 다시는 공공 안전 진단에 참여할 수 없도록 강력한 제재를 가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자들은 더 이상 발붙일 수 없도록 제도적,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안전은 그 어떤 가치와도 타협할 수 없는 최우선 원칙이다. '더프리덤타임즈'는 이 원칙이 우리 사회에 확고히 뿌리내릴 때까지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