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아파트 화재참사 현장을 배경으로 걸린 입법회(의회) 의원 선거 홍보 현수막.사진=연합뉴스
주홍콩 국가안보수호공서(國家安全處, 이하 국가안보공서)는 지난 6일 홍콩 주재 외국 언론사 책임자와 간부급 기자들을 소집했다.
국가안보공서는 웡푹코트 아파트 화재 참사와 7일 치러지는 입법회 의원 선거 관련 보도를 강하게 문제 삼았다.
국가안보공서는 이날 회의에서 일부 외신이 “사실을 무시하고 허위 정보를 퍼뜨리며 정부의 재난 구조 및 사후 처리 작업을 왜곡·중상하고 입법회 선거를 공격·방해하며 사회 분열과 대립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안보공서는 특히 “재난을 이용해 홍콩을 어지럽히려는 반중·교란 세력의 행위에 절대로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며 “미리 일러두지 않았다고 얘기하지 말라(勿謂言之不預)”는 성어를 동원해 강경 경고했다.
이 표현은 중국 관영 매체가 과거 인도·베트남과의 전쟁 직전에 사용했던 최고 수위 외교 수사로 알려져 있다.
국가안보공서는 “홍콩 내 모든 외국 언론 기자가 직업 윤리를 지키고 객관·공정하게 보도하며 관련 법률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기를 바란다”며 “스스로를 중히 여기고 법적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고 덧붙였다.
해당 내용은 국가안보공서 공식 홈페이지에도 동일하게 게시됐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관계자가 성명을 일방적으로 낭독했으며, 구체적으로 어떤 보도를 문제 삼는지 사례는 제시하지 않았고 질의응답도 허용되지 않았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일자 사설에서 화재 참사 이후 홍콩 당국이 반대 의견을 침묵시키려 한다고 비판한 바 있으며, 홍콩 정부는 4일 WSJ에 서한을 보내 “편향적이며 홍콩을 훼손하려는 부당한 시도”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주홍콩 국가안보공서는 지난 2020년 시행된 홍콩국가보안법에 따라 설립된 중국 중앙정부 직속 기관으로, 홍콩의 국가안보 관련 업무를 감독·지도하며 외부 개입이 심각하다고 판단될 경우 직접 수사·처벌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한편 홍콩에서는 지난달 26일 발생한 웡푹코트 아파트 화재로 최소 159명이 사망한 가운데, 당국은 책임 규명을 요구하는 시민과 단체를 ‘반중·반정부 세력’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단속 중이다.
현재까지 대학생·전직 구의원·자원봉사자 등 최소 3명이 체포됐으며, 홍콩침례대학교는 정부 대응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붙인 학생회 활동을 정지시켰다.
홍콩 정부는 화재 수습과 동시에 입법회 선거를 예정대로 7일 강행하며, 최근 수년간 크게 하락한 투표율이 이번에는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