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과 캄보디아는 8일(현지시간) 국경 지역에서 격렬한 교전을 벌이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맺은 휴전협정을 서로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태국군은 이날 오전 5시께 우본랏차타니주 인근 국경에서 캄보디아군의 기관총·박격포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태국군 성명에 따르면 캄보디아군의 화기 공세로 군인 1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이에 태국군은 전투기를 동원해 캄보디아 측 군사 목표물을 타격했으며, 캄보디아군이 중화기를 투입하고 전투 부대를 재배치하는 등 작전을 확대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태국 육군은 캄보디아군이 부리람주 민간 지역을 향해 BM-21(다연장로켓포) 다연장로켓포를 발사했다고 전했다.
현지 매체는 태국 당국이 국경 맞닿은 4개 주에 대피 명령을 내리고 F-16 전투기를 출격시켰다고 보도했다.
태국 국방부에 따르면 4개 주에서 38만5천명이 대피했으며 이 중 3만5천여 명은 임시 대피소로 이동했다.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는 TV 연설에서 “국가와 공공 안전을 위해 필요한 군사 작전을 수행할 것”이라며 “태국이 먼저 침공한 적은 없으며 주권 침해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 오다르메안체이주 국경서 대피하는 행렬.사진=연합뉴스
반면 캄보디아 측은 태국군의 공격으로 민간인 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고 반박했다.
넷 피크트라 캄보디아 정보부 장관은 “프레아 비헤아르주와 오다르메안체이주 국경에서 태국군 공세로 민간인 피해가 발생했다”며 오다르메안체이주에서 포격 소리에 놀라 1천100가구가 대피했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전날 시사껫주 국경에서 교전을 벌여 태국 군인 2명이 총상을 입었다.
캄보디아 국방부는 태국군의 도발적 행동과 공격에 보복하지 않고 사격 중단을 요청했다고 주장했으나, 태국군은 캄보디아군이 먼저 공격을 시작해 교전 규칙에 따라 34분 만에 대응을 종료했다고 맞섰다.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의 부친 훈 센 전 총리(현 상원의장)는 소셜미디어(SNS) 페이스북에 “침략자인 태국군이 보복을 유도하려 한다”며 캄보디아군에 자제를 촉구했다.
그는 “대응을 위한 ‘레드라인’(한계선)은 이미 설정됐으며 모든 지휘관은 이에 따라 장교와 병사들을 교육하라”고 썼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SNS 성명을 통해 “우리 지역은 오랜 분쟁이 대립의 악순환으로 빠지는 상황을 감당할 수 없다”며 양국에 자제를 촉구했다.
태국과 캄보디아는 1907년 프랑스 식민 통치 시 측량한 817km 국경선 중 경계가 확정되지 않은 지점에서 100년 넘게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
양국은 지난 5월 국경지대에서 소규모 교전을 벌였고, 7월에는 지뢰 폭발 사고 2건으로 태국 군인 8명이 다쳤다.
같은 달 닷새 동안 무력 충돌로 양측에서 48명이 숨지고 30만 명 넘는 피란민이 발생했다.
이후 10월 트럼프 대통령 중재로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기간에 휴전협정을 체결하고 국경 지대에서 중화기를 철수·지뢰를 제거했다.
그러나 지난달 10일 시사껫주 국경에서 지뢰 폭발로 태국 군인이 다치자 태국 정부는 휴전 이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틀 뒤 캄보디아 북서부 국경에서 총격전으로 캄보디아 민간인 1명이 사망하는 등 충돌이 지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