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재판부법 결론 못 낸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친 뒤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 등 사법개혁안의 본회의 상정 일정을 논의했으나 위헌 소지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자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아 결론을 미루기로 했다.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이 위헌 논란에 휩싸이자, 사실상 '미세조정' 수순에 돌입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통과하여 본회의 표결 절차만을 남겨둔 상태였으나, 법조계는 물론 당내에서도 위헌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면서 논의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정책 의원총회를 개최하여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추가로 수렴한 뒤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애초에는 9일 본회의 처리 가능성까지 거론되기도 했으나, 의원총회에서 다수의 의원들이 법안의 위헌 소지를 공개적으로 제기하며 총의를 모으지 못했다.
의원들은 법안의 당위성에는 공감하지만, 헌법재판소와 법무부, 판사회의 추천으로 구성되는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판사들로 내란전담재판부를 구성하는 내용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주로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위헌이 아니라는 법사위 의원들의 주장은 소수설에 가깝다"며, "특정 사건을 재판하는 내란재판부의 인사에 법무부가 관여하는 것은 재판권 침해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 있다"고 발언했다.
이날 공개 발언에 나선 대다수 의원들은 법안이 통과될 경우 위헌 논란을 빌미로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이 재판 지연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미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이라도 위헌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법안 처리 시기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애초 연내 처리 방침을 밝혔으나, 일부 의원은 내년 1월 1심 선고 이후에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율사 출신의 한 의원은 "지귀연 재판부가 1심에서 이상한 판결을 내리면 국민들이 들고일어날 것"이라며 "그때 내란재판부를 설치해도 늦지 않는데 왜 지금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언급했다.
의원총회에서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뿐만 아니라 법왜곡죄 신설법(형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었다.
이들 법안의 위헌 시비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법안 통과를 강행한 법사위를 향한 비판 또한 이어졌다.
법사위가 여론 파급력이 큰 법안들을 당내 총의도 모으지 않고 독단적으로 통과시켰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당내 의견을 고려하여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에 포함된 법무부 장관의 추천권을 제외하는 등 법안 수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청래 대표는 의원총회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적 공감대를 더 넓히고 위헌 소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은 보완하고 수정할 부분은 과감히 수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가 법안 처리에 앞서 전문가 자문을 거치고 각계각층의 의견도 수렴하기로 한 만큼, 이들 법안에 대한 논의는 1심 재판 이후인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재선 의원은 "지금 법사위 법안은 안된다는 의원들이 다수였으니 지도부가 수정안을 내놓는 방식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