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준 전 경호처장, 윤석열 재판 증인 출석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이 지난 11월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12·3 비상계엄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박종준 전 대통령실 경호처장을 '비화폰 삭제 의혹'과 관련해 증거 인멸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10일 브리핑에서 "전날 박 전 처장에 대해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내란 형사사건 증거를 인멸한 혐의로 공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소는 내란 의혹의 핵심 증거로 지목된 '비화폰'의 통화 기록을 삭제하려 한 정황이 포착된 데 따른 것으로, 박 전 처장은 이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기소 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어 사법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특검팀의 발표에 따르면 박 전 처장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비화폰 정보를 '원격 로그아웃'을 통해 임의로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이 행위는 통상 '보안 조치'로 불리지만, 특검팀은 이를 내란 관련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고의적인 시도로 판단했다.

특검팀은 앞서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을 기소하면서 박 전 처장과 조 전 원장이 비화폰 삭제를 논의하고 결정한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 바 있다.

조 전 원장 공소장에 따르면 박 전 처장은 지난 2024년 12월 6일 오후 4시 43분경 조 전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홍 전 차장의 비화폰 관련 대화를 나눴다.

박 전 처장은 홍 전 차장의 비화폰 화면이 국회를 통해 일부 공개된 것을 문제 삼으며 "홍장원이 해임됐다는 말도 있던데 비화폰 회수가 가능하냐"고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조 전 원장의 요구로 국정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였으며, 면직 처리가 완료되면 절차에 따라 비화폰 역시 국정원 보안 담당 부서에 반납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조 전 원장은 이러한 사실을 무시한 채 박 전 처장에게 "홍장원이 소재 파악이 안 되고 연락 두절이라 비화폰을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에 박 전 처장은 "(비화폰 분실에 따른) 보안 사고에 해당하니 홍장원 비화폰은 로그아웃 조치하겠다. 통화 기록이 노출되지 않도록 비화폰을 삭제해야 한다"고 말했고, 조 전 원장은 "그렇게 조치하면 되겠다"고 동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홍 전 차장의 비화폰은 원격 로그아웃 처리되었고,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기록을 비롯한 전자 정보들은 삭제됐다.

통상의 절차대로 회수됐다면 보존됐을 전자 정보들이 폐기된 것이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청장의 비화폰 역시 이와 마찬가지 방법으로 로그아웃되었고, 전자 정보들이 삭제된 것으로 특검팀은 파악하고 있다.

특검팀은 박 전 처장이 내란 관련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고의를 가지고 이 같은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증거 인멸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경찰 고위 간부 출신인 박 전 처장은 앞서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특수공무집행 방해 등)로 이미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