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록히드마틴과 핵심 전략 광물 공급 MOU
고려아연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세계 최대 방산 기업인 미국 록히드마틴과 손잡고 전략 광물 게르마늄의 독자적 공급망을 구축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은 25일(현지시간) 최윤범 회장,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글로벌부문 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지난 8월26일 밝혔다.사진=고려아연 제공/연합뉴스
고려아연이 15일 이사회를 통해 미국 남동부에 10조원 규모의 전략광물 제련소 건립 투자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번 제련소 건립은 미국 정부와 기업이 약 2조원 규모의 투자를 직접 참여하며, 중국의 전략광물 수출 통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핵심 광물 공급망 재편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외교·통상 당국은 이날 오전 고려아연의 이사회가 미국 제련소 투자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는 고려아연과 미국 측이 합작법인(JV, Joint Venture)을 설립하여 추진할 예정이며, 총 투자금은 약 10조원 규모로 예상된다.
이 투자금은 합작법인(JV)이 현지에서 차입하는 방식으로 조달되며, 미국의 국방부(DoD, Department of Defense), 상무부(DOC, Department of Commerce) 및 방산 전략기업 등이 약 2조원 규모의 직접 투자로 참여할 계획이다.
미국 현지에 들어설 제련소는 안티모니(antimony), 게르마늄(germanium) 등 고려아연이 국내에서 생산하는 전략광물 품목 상당수를 미국 현지에서 생산·공급하는 거점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고려아연의 울산 온산제련소는 현재 습식·건식 공정을 결합하여 아연은 물론 안티모니, 게르마늄 등 핵심 전략광물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 제련소 역시 이러한 통합 공정을 통해 핵심광물을 포함한 첨단 산업 소재 공급 거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려아연은 제련소 위치를 놓고 미국 측과 60여 곳의 후보지를 검토한 끝에 남동부 지역 주요 도시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역은 제련에 필수적인 용수 및 전력 등을 용이하게 조달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생산된 제품들.사진=고려아연 제공/연합뉴스
이번 투자는 지난 8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발표했던 미국과의 전략광물 협력 방안을 구체화한 것이다.
당시 고려아연은 미국 최대 방산 기업인 록히드마틴(Lockheed Martin)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 Memorandum Of Understanding)'를 체결하고, 한국에 약 1천400억원을 투자하여 게르마늄 생산 공장을 신설하기로 한 바 있다.
중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중국이 지난 10월 희토류 등 전략광물에 대한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고려아연과의 전략광물 현지 생산을 위한 협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측은 고려아연에 "가능한 한 빨리, 많은 물량"을 요구하며 공급망 안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한편,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에 미국 정부가 직접 투자로 참여하면서 영풍·엠비케이(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됐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국 국방부(DoD)가 고려아연 주주로 등재될 경우, 고려아연은 단순한 기업을 넘어 미국의 안보 자산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고려아연 인수합병(M&A, Mergers & Acquisitions)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고려아연이 경제 안보에 중요한 전략광물을 생산하는 기업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경영권 경쟁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영풍·엠비케이(MBK)파트너스보다 최 회장 쪽에 쏠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