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진술하는 윤석열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의 결심 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26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혐의 관련 재판에서 체포 방해 및 국무위원 심의·의결권 침해 등 혐의에 대해 총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이에 법원의 첫 선고는 내년 1월 16일에 나올 예정이다.
이날 구형은 윤 대통령이 기소된 7개 재판 중 첫 선고 결과의 방향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특검팀, 윤 대통령에 총 징역 10년 구형... 혐의별 세부 내용 공개
특검팀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윤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검팀은 체포 방해 혐의에 징역 5년, 국무위원 심의·의결권 침해 및 외신에 허위 사실을 전파한 혐의와 비화폰 증거인멸 혐의에 징역 3년, 사후 비상계엄 선포문 작성에 대해 징역 2년을 각각 구형했다.
◆ 박억수 특검보, "국가기관 사유화 중대 범죄" 규정하며 엄중한 책임 강조
박억수 특검보는 최종 의견 진술(논고)에서 "이 사건은 피고인(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기관을 사유화한 중대 범죄"라고 규정했다.
박 특검보는 이어 "헌법과 법질서 수호의 정점에 있어야 할 피고인이 범행을 반성하기는커녕 불법성을 감추기에 급급했다"며 "오히려 수사권이나 재판 관할, 위법 수집 증거 주장을 하며 교묘한 법 기술을 내세워 본질을 흐리고 형사 처벌을 면하려는 시도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대한민국 법질서 훼손을 지적하며, 최고 권력자에 의한 권력 남용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수처 체포 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경호처 소속 공무원을 사병화하여 영장 집행을 조직적으로 저지한 것은 전례가 없다고 설명하며, 공무집행 방해 양형기준(가중 구간 징역 1년에서 4년)보다 무거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최후진술하는 윤석열
윤석열 전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의 결심 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윤 대통령 측, "거대 야당 입법 독재 탓" 반박... 변호인단 "정치적 프레임 과도한 구형" 주장
윤 대통령은 이날 법정에 남색 정장 차림으로 출석해 굳은 표정으로 검찰 구형을 지켜봤다.
윤 대통령은 최후 진술에서 비상계엄 선포가 '거대 야당의 입법 독재 탓'이라고 주장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체포 영장 집행 방해 혐의와 관련하여 공수처 수사의 위법성을 재차 강조하고,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혐의에 대해서는 심의가 대통령에 대한 자문인 만큼 국무회의처럼 진행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또한 외신에 허위 사실이 담긴 정부 입장을 전파하도록 지시했다는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자신이 대변인의 역할을 전달한 것이며 언론에서 팩트를 취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별도 입장문을 통해 "정치적 프레임에 기댄 과도한 구형"이라며, "'반성 없음'이라는 표현으로 낙인찍는 것은 사실상 유죄를 전제로 한 여론 재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발언하는 백대현 부장판사
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이 열린 지난 9월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백대현 부장판사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재판부, 내년 1월 16일 선고 기일 지정... 첫 선고의 의미
재판부는 내년 1월 16일을 선고기일로 지정했으며, 윤 대통령 측은 계엄 관련 본류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이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대통령 측은 재판 시작 직후에도 추가 증거를 제출하겠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오늘 공판을 종결한다. 다음 기일은 없다"고 밝히며 사실상 추가 변론의 여지를 두지 않았다.
다만, 윤 대통령 측이 이동식 저장 장치(USB)로 제출한 증거 조사를 요구하면서 최종 변론이 이루어졌으며, 재판부는 "필요하다면 변론 재개하고 공판 기일을 다시 지정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계획대로 내년 1월 16일 선고가 이뤄지면, 윤 대통령에 대한 비상계엄 관련 4개 재판은 물론 윤 대통령이 기소된 7개 재판 중에서도 첫 선고가 나오게 된다.
이는 앞으로 줄줄이 있을 관련 재판 결과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방향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에서 심리 중인 윤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은 이르면 다음 달 초 변론이 종결되어 내년 2월쯤 1심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전 대통령 기소 현황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대선후보 시절 건진법사 전성배씨 등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6일 재판에 넘겼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것은 이번이 8번째다.사진=연합뉴스
◆ 윤 대통령의 주요 혐의와 특검팀의 구속 기소 배경
특검팀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외관만 갖추기 위해 자신에게 우호적인 일부 국무위원만 소집하여, 회의에 참석하지 못한 국무위원 9명의 헌법상 권한인 계엄 심의·의결권을 침해했다고 보고 지난 7월 구속기소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해제 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부서(서명)한 문서에 의해 계엄이 이루어진 것처럼 허위 선포문을 만들고, 대통령기록물이자 공용 서류인 이 문건을 파쇄해 폐기한 혐의도 받는다.
또한, '헌정질서 파괴 뜻은 추호도 없었다'는 허위 사실이 담긴 PG(프레스 가이던스, 언론 대응을 위한 정부 입장)를 외신에 전파하도록 지시한 혐의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의 비화폰 통신 기록 삭제를 지시하고, 올해 1월 경호처에 공수처 체포 영장 집행을 막도록 한 혐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