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속행 공판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재판 최후진술에서 "대통령 경호는 아무리 지나쳐도 과하지 않다"며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 주장을 강력하게 반박했다.
재판부는 변론을 마치며 내년 1월 16일을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이 판결은 윤 전 대통령에게 제기된 7개 재판 중 첫 선고로, 향후 재판 결과의 방향타가 될지 주목받고 있다.
◆ 윤 전 대통령, 최후진술서 "반헌법적 국회 독재" 강조하며 혐의 전면 부인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의 결심 공판에서 약 1시간 동안 최후 진술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자신의 비상계엄 선포를 '거대 야당' 탓으로 돌리며 진술을 시작했다. 그는 "저도 참 많이 인내했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반헌법적 국회 독재로 국정이 마비되고 헌정 질서가 붕괴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 비상사태를 일으킨 원인이 거대 야당이어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국민을 깨우고 '제발 일어나서 관심 갖고 비판도 해달라'는 것이었다"고 항변했다.
재판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속행 공판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대통령 경호는 아무리 지나쳐도 과하지 않다"... 공수처 수사에 '코미디' 발언
윤 전 대통령은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와 관련해 "공수처는 직권남용 혐의를 수사하다가 내란죄를 인지했다고 하는데 직권남용에 대해 수사권이 없다"며 "수사권이 없는데 직권남용죄를 수사하다가 내란을 인지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 코미디 같은 일"이라며 공수처 수사의 위법성을 재차 강조했다.
또 "위력 경호라는 건 늘 있다. 대통령 경호는 아무리 지나쳐도 과하지 않다고 볼 수 있는데 어디까지 의무 없는 일이라 직권남용에 해당하고, 어디까지 해도 되는 건지 그런 것을 사법적으로 재단할 수 있는 건지"라며 "임기 5년짜리 대통령이 경호처를 사유화하기도 어렵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경호관들은 늘 총기를 휴대하고 실탄을 장전하고 있다"면서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의무 없는 경호 과정인 건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우리나라 대통령제가 존속하는 한 이런 식의 판단이 대통령의 안전을 상당히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무위원 심의권 침해 혐의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은 "심의란 대통령에 대한 자문인데, 대통령에게 자문을 제공하는 것이 대통령과 국무위원 간 하나의 권리와 의무 관계가 되는지 의문"이라며 "45년 만의 국가긴급권 행사인 만큼 주례 국무회의처럼 하기 어렵다는 걸 이해해달라"고 해명했다.
또한 그는 계엄 선포문 사후 작성 혐의와 관련해서도 "저도 공직 생활을 26년 했지만, 이런 종류의 공문서라는 게 대한민국에 존재하나 싶다"며 문제의 선포문이 공식 문서가 아니라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가 적용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기소 현황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대선후보 시절 건진법사 전성배씨 등과 관련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6일 재판에 넘겼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진 것은 이번이 8번째다.사진=연합뉴스
◆ 특검, 총 징역 10년 구형... 윤 전 대통령 측 "정치적 프레임에 기댄 과도한 구형" 반발
외신에 허위 사실이 담긴 정부 입장을 전파하도록 지시했다는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도 윤 전 대통령은 "대변인은 기관장들의 입장을 전달하는 사람이고, (팩트는) 언론에서 취재하는 것이다. (기관장의) 입장을 얘기해주면 그걸 받아들이든 안 받아들이든 그건 언론의 몫"이라며 "저는 제 입장 얘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것은 없다. 계엄을 해제했는데도 막바로(곧바로) 그냥 '내란몰이'를 하면서 관저에 밀고 들어오는 걸 보셨잖느냐"며 "얼마나 대통령을 가볍게 생각하면 이렇게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비화폰 관련 증거인멸 등 혐의와 관련해 그는 "공소장 범죄 사실을 보니까 참 코미디 같은 얘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이날 오전 윤 전 대통령에게 총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박억수 특검보는 최종 의견 진술에서 "이 사건은 피고인(윤석열 전 대통령)이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고 정당화하기 위해 국가기관을 사유화한 중대 범죄"라고 규정하며, 헌법 질서와 법치주의를 다시 바로 세우고 최고 권력자에 의한 권력 남용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별도 입장문을 통해 "정치적 프레임에 기댄 과도한 구형"이라며, "'반성 없음'이라는 표현으로 낙인찍는 것은 사실상 유죄를 전제로 한 여론 재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또한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으므로 체포영장 자체가 위법하며, 이에 대한 저항은 정당한 방어권 행사라고 설명했다.
국무회의 소집 방식은 대통령의 판단과 재량이며 절차가 미흡하다는 수준으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발언하는 백대현 부장판사
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사건 1차 공판이 열린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백대현 부장판사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재판부, 변론 종결 후 선고기일 지정... 추가 증거 제출 여지 남겨
재판부는 변론을 종결하며 다음 달 16일을 선고기일로 지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계엄 관련 본류인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이후 선고를 미뤄달라고 재차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변호인단은 피고인 측이 신청해 채택된 증인 3명도 불출석으로 신문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이러한 상태에서 재판을 마치면 승복하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오늘 결심을 하시더라도 저희가 추후 관련한 증거를 제출할 테니 필요한 경우 변론을 재개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오늘 변론을 종결하겠다"고 거듭 강조하면서도 "종결 이후 추가 확보되는 서류 증거가 있어서 증거 조사를 신청할 경우 필요하다면 변론 재개하고 공판 기일을 다시 지정하겠다"고 말하며 추가적인 변론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계획대로 내년 1월 16일 선고가 이뤄지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비상계엄 관련 4개 재판은 물론 윤 전 대통령이 기소된 7개 재판 중에서도 첫 선고가 나오게 된다.
이는 앞으로 줄줄이 있을 관련 재판 결과를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방향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에서 심리 중인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은 이르면 다음 달 초 변론이 종결되어 내년 2월쯤 1심 선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